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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팬데믹, 부채, 경제력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은 세계경제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줬다. 우리는 1930년대 대불황 이래 가장 거대한 세계경제 침체 한복판에 있다. 오늘날 영국의 불황을 두고 지난 300년 동안 가장 심각하다고들 한다.

역사적으로 이 충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듯이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 대유행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물음이다. 지난주 〈파이낸설 타임스〉 수석 경제 논설가 마틴 울프는 여기에 답하는 유용한 글을 썼다.

울프는 “코로나19가 사회와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그 수준은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컸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사망자가 500만 명이라면 이는 세계 인구의 0.06퍼센트에 해당한다. 이를 1918~1919년의 소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라. 스페인 독감 사망자는 세계 인구의 2.4~6퍼센트에 달했다.

옛 전염병은 더 파괴적이었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3분의 1이 죽었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로 천연두를 옮겼을 때에는 원주민 인구 93퍼센트가 사망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비용은 막대하다. 울프는 그 비용이 많으면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75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경제학자들이 스페인 독감에 비견할 만한 전염병 대유행의 경우로 추산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이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전염병 대유행이 이토록 큰 경제적 손실을 낳은 이유는 무엇인가?” 울프는 이렇게 대답한다. “정답: 다음 같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일상적 지출의 상당 부분을 쉽게 줄일 수 있고 그들의 정부는 타격을 입은 사람들과 기업들을 대규모로 지원할 수 있다. ⋯ 대유행에 대한 대응은 오늘날의 경제적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다. 적어도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그렇다. 대유행을 잡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를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울프의 말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부유한 나라들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내놓을 수 있는 자원이 더 많다. 더 나아가 울프는 새경제사상연구소가 발표한 도표를 인용한다. 이 도표는 경제 살리기와 사람 목숨 구하기 사이에 길항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전반적으로, 인명에 우선 순위를 둔 나라들은 경제 생산에서도 덜 손실을 봤다. 중국이 두드러지는 사례다.

그러나 단지 그 나라의 경제력에 달린 것은 아니다. 같은 도표를 보면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나라들 중에는 이탈리아·영국·스페인·프랑스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과 벨기에도 그 못지않다.

결국 부유한 북반구의 몇몇 정부들은 이윤을 우선했고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 특히 흑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죽게 하고 나라 경제를 망쳤다. 보리스 존슨 하의 영국이 특히 처참하게 실패했다.

한편, 가난한 나라들은 목숨이냐 이윤이냐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일 때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국민 소득의 약 20퍼센트만큼 정부 지출을 늘렸다. 반면 가장 가난한 나라들은 생산량의 2퍼센트만큼밖에 늘리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지 절대적인 부나 빈곤의 문제가 아니다. [대유행 통제에 비교적 성공한] 쿠바나 베트남이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추가적인 정부 지출의 재원은 대부분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조달됐다. 국제금융연구소는 연말에 세계 부채 규모는 277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GDP의 365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수당 우파들이 앓는 소리를 하지만 영국 같은 나라한테 이런 부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자국 통화로 된 빚이고 초저금리로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외채 더미 위에 앉은 가난한 나라들은 그럴 여지가 없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로버츠는 이미 6개 나라가 외채에 대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고 앞으로 더 많은 나라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가오는 부채 재앙”은 국가들이 이 문제에 제대로 또는 잘못 대처하는지는 지배적인 경제력 관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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