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체국 노동자 :
“택배처럼 우체국에도 인력 충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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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민간부문뿐 아니라 우체국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으로 늘어난 일을 소화해야 한다.
우체국에서 배달과 분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지난해 추석 이후에도 “물량이 계속 명절 수준”이라 노동시간이 늘고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증원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아 왔다. 심지어 퇴직과 병가 등 장기 결원이 생겨도 제때 집배원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공석인 동료 집배원의 물량까지 나눠져야 했다. 과로 등으로 한 해 평균 20명가량의 집배원들이 사망하는 현실인데도 말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연초 기자회견을 갖고 물량 폭주기인 설 명절을 앞두고 과로사나 안전 사고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정본부에 인력 증원 등 관련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보름이 지나도 우정본부는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전국민주우체국본부의 경기·인천, 대구·경북, 광주·전남, 전북, 서울 등 지역본부들이 기자회견을 이어 가고 있다.
1월 22일 열린 서울지역본부 기자회견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과거와 비교 안 되는 노동강도”인데도, 대책 마련을 회피하는 우정본부를 규탄했다. “물량이 늘어 배달 중 다치는 동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력 충원이 안 돼, 병가로 빠진 동료의 물량까지 처리합니다. 그러다가 또 다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우리 우체국만이 아닐 겁니다.”(신순용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서울지역본부 성북지부장)
한편, 우체국의 위탁 택배 노동자들은 최근 민간 택배 노동자들과 함께 파업 돌입 태세를 갖추며 쟁의를 준비해 왔다(위탁 택배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로 별도 조직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해 있는 유리한 정세 속에 노동자들이 설 명절 특수에 파업하겠다고 나서자, 정부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1월 21일 위탁 택배 노동자들은 우정본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적은 임금을 벌충하고, 무임금 ‘공짜’ 노동이었던 분류작업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관한 택배 노·사·정 합의문에는 분류작업의 책임이 사측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관련 기사: ‘유리한 정세 속에 성과 거둔 택배 노동자 투쟁’)
다음 날 열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서울지역본부 기자회견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그 합의 내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정본부가 노·사·정 합의의 한 주체인 만큼,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 투입 약속이 우체국 노동자 전체에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제 합의에서 우정본부와 택배사들은 분류작업 책임이 사측에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 집배원들의 택배 분류작업도 없애야 합니다. 물량이 늘어 집배원의 분류 작업도 길어져, 배달시간도 늦춰지고 있습니다.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증원해야 합니다.”(남상명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서울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늘어난 물량으로 분류작업이 증가한 고통은 집배원과 위탁 택배원뿐 아니라 분류작업을 맡고 있는 우정실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인력은 늘지 않아, 분류작업 시간과 강도가 더 증가했다.
현재 우정실무원의 다수는 무기계약 비정규직이다. 기간제, 시간제 노동자도 적지 않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간제, 시간제 일자리를 전일제 일자리로 전환해 고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우정본부는 수익에만 눈이 멀어 노동자들에게 물량 증가의 고통을 떠넘기지 말고, 즉각 인력을 증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