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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지원엔 인색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은 13퍼센트나 인상?:
주한미군 지원금 인상 반대한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듯하다. 2월 10일 미국 CNN은 양측이 합의에 근접했고 수주 안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2월 5일 한미 두 정부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8차 회의를 화상으로 열었다. CNN 보도가 맞는다면, 이때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듯하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 경비로 지급되는데, 처음 지급된 1989년 이래 꾸준히 인상돼 왔다. 그래서 2019년 현재 한국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매년 주한미군 경비로 낸다. 사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방위비분담금 외에 토지 무상 공여, 인력 지원, 공공요금 감면 등으로 매우 많은 자원을 주한미군에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평택미군기지 이전비,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 등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들이는 돈은 공식·비공식으로 상당하다.

그러나 전임 트럼프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처음에는 무려 방위비분담금의 5배 인상을 요구했다. 한국 같은 부유한 동맹국들이 “공평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인상 요구 수준은 낮아졌지만, 그래도 50퍼센트 인상을 고집해 한·미 간 협상은 교착돼 있었다. 협상 지연으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은 한동안 무급 휴직을 해야 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가 동맹 강화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듯하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상폭을 정해 협상을 빨리 매듭짓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공평한 몫?

그럼에도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바이든 정부는 상당히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CNN 보도를 보면, 방위비분담금은 무려 13퍼센트나 인상된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문재인 정부가 보편적 재난지원금 등 서민 지원에는 인색한 점을 감안한다면, 13퍼센트는 정말 터무니없이 높은 인상률이다.

게다가 합의문에 한국 정부가 국방예산을 의무적으로 확대하고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한다는 약속이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을 낮추는 대신에 국방예산을 늘리고 미국산 무기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런 점에 비춰 보면 CNN 보도는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즉, 한국은 13퍼센트 인상 외에 동맹으로서의 기여를 더 확대하기로 미국에 약속하는 셈이다.

방위비분담금은 그 자체로 문제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와 자본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전 세계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 군대이자, 일본을 비롯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은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이불’ 같은 구실을 한다”(《공포》, 밥 우드워드, 2019). 그가 보기에, 전진 배치된 주한미군이 있어야 “[미국] 본토를 방어할 능력을 확보하고 … 자본주의 체제를 가진” 한국을 “강력한 보루로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불안케 하는 한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경쟁에 한반도를 휘말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한미군을 위해 한국인들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불

게다가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해외 주둔 미군의 태세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되고 대중국 견제 구실이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올해 1월 5일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한미연구소 화상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의 준통합사령부로서, 우리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대중국 전력 목표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즉, 주한미군이 대중국 전략을 수행하는 군대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미 미군 정찰기들이 중국군을 감시하려고 주한미군기지에서 출격해 서해로, 남중국해로 날아가는 상황이다.

대만해협 인근 상공에서 포착된 주한미군 U-2S 정찰기 ⓒ출처 Aircraft Spots(트위터)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완전히 부적절한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주류 정치인들은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이 자신들한테 이득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에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인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줄곧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의 분담”을 얘기해 온 까닭이다.

바이든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이후 동맹 강화를 위한 다른 쟁점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4자안보대화) 확대나 한·미·일 동맹 강화 등 일련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한일 간 불협화음을 우려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비롯해 동맹 강화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협력 움직임을 계속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