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희망퇴직도 모자라 임금 삭감 하는 르노삼성
〈노동자 연대〉 구독
최근 르노삼성차 사측은 세계경제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아 적자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대가를 전가하고 있다. 사측은 인력과 인건비를 30퍼센트씩 줄여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해 500명 이상이 퇴사했다. 사측은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한 노동자들에게 경영 위기라고 떠들어 대는 동영상을 보여 주고, 집으로 편지를 보내 가정에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짓을 밥먹듯이 해 왔다. 내 주변 동료는 회사를 떠나며 “이렇게 사느니 나가는 게 맞다”고 할 정도로 르노삼성차에서의 삶이 질려 버린 것이다.
그런데 ‘희망퇴직’으로 사측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 사측은 3월 15일부터 5월까지 2교대제를 중단하고 노동자 수백 명을 무급휴직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교대제 중단 기간을 연장하고 무급휴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측 입맛대로 무급휴직자를 선별할 가능성이 있어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무급휴직에서 제외된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올려 더욱 쥐어짜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반발 여론이 커지자, 사측은 2교대제를 유지하려면 현행 주5일 노동을 주4일로 줄여 비용을 20퍼센트 절감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해 연차수당을 절감하거나 각종 보너스를 삭감하는 방식을 내놨다.
또 사측은 전국에서 자동차 수리·정비 등을 담당하는 사업소의 운영을 대거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낯선 타지로 이동해야 할 뿐 아니라 고용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측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자동차 시장이 잘 나갈 때 투자와 설비 확대를 해놓고, 이제 와서 이윤이 줄었다고 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난 수년 동안 노동자들은 상당한 희생을 강요 받았다. 사측은 호봉승급을 폐지하고 수차례 임금을 동결시켜 실질임금을 삭감했다. 그 결과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적자가 아닐 때도 미래 경쟁력을 들먹이며 희생을 요구했고, 신규 물량·차종 유치를 조건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중도 줄이고 노동강도는 높여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 왔다.
양보교섭으로는 계속될 공격 막아 내지 못해
사측의 이번 공격에 반대해 르노삼성차노조(다수노조)와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는 오전과 오후 출근 시간대에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차지회는 천막농성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걱정이 있지만 그간 지속돼 온 조건 악화에 불만도 적지 않다. 지금 벌어지는 사측의 공격에 반대하는 투쟁을 더 키워야 할 때다.
그런데 아쉽게도 르노삼성차노조 집행부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겠다며 양보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 측의 안은 현행 교대제를 유지하고 사측의 안보다는 임금 삭감 폭을 줄이는 내용이다.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것보다 더 큰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 아직 교섭이 진행 중이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측의 공격을 막아 내기는 어렵다고 보고, 당장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단견이다. 사측의 공격이 이번으로 끝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최근 사측이 말한 인력과 인건비 절감 목표를 채우려면 앞으로도 공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에서의 지난 수년간 꾸준히 조건이 악화돼 온 경험을 봐도, 양보 교섭은 조건 악화를 막는 방법이 되지 못했다.
또, 지금 사측은 유럽 수출을 위한 새 자동차 모델(XM3 하이브리드)의 생산이 차질 없이 이뤄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르노삼성차 공장을 방문한 르노그룹 부회장 모조스는 르노삼성차노조 위원장에게 “적기 배송”을 신신당부한 바 있다. 사측은 이 수출 물량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당장 인력을 대폭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투쟁한다면 사측을 좀 더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