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충원 제대로 않고 요금 인상에 혈안인 택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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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업무로 인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계속되고 있다. 노조 집계로만 지난해 16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에도 3월 28일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택배 노사는 지난 1월 말 인력 충원 등에 합의했다. 당시 택배업계 빅3인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밀려 분류 인력 6000명을 충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6000명 충원 규모도 많이 부족한데, 이조차 뭉그적거리며 잘 지키지 않는 것이다.
전국택배노조는 일부 터미널에서 분류 인력이 거의 충원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분류 작업을 하지 않는 대리점 소장이나 사무 보조원을 서류상에만 등록해 놓거나, 택배 기사들에게 분류 인력 조끼를 입혀 그대로 일을 시키기도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택배사들은 1월 말 합의 당시, 분류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을 택배 기사에게 전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대리점이 택배 기사들에게 비용을 부담시켜 임금을 삭감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택배사들이 분류 인력 비용 일부를 대리점에게 떠넘기고, 대리점은 이를 다시 택배 기사들에게 떠넘기는 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과로에 대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만 할 뿐 실제로는 손을 놓고 있다.
역대 최고 실적
그러는 사이 택배사들은 분류 인력 충원 등을 이유로 재빠르게 택배 요금을 인상하기까지 했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모두 택배비를 (소형 택배 기준) 150~250원가량 올렸다.
온라인 쇼핑몰 등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법인 판매자들이 무료 배송을 줄이거나, 배송비를 올리거나, 상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택배사들이 앞으로 2년에 걸쳐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추가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택배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 합의 이행에는 굼뜨면서 요금 인상에는 재빠른 사측을 비판했다. “요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에게 [처우 개선으로] 돌아오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회사 배만 불리겠다는 겁니다.”(임현우 전국택배노조 이천한진지회 대의원)
이번 요금 인상으로 택배사들의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연간 약 1000억 원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약속한 분류 인력 투입 비용 500~600억 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즉, 택배사들이 분류 인력 비용을 핑계로 택배비를 인상하는 것은 꼼수일뿐더러, 사측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특수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택배사들이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택배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가령,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10조 78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3252억 원에 달했다. 2019년보다 각각 3.5퍼센트, 5.9퍼센트나 오른 수치다. 올해도 코로나19 특수가 이어져 7퍼센트 내외의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택배사들은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그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