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택배 노동자 승리:
한진택배 노동자들, 점거 파업으로 해고를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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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해고에 항의해 파업을 벌여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며칠 전에는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해고자 복직을 얻어 냈고, 서울 노원·양천 등에서 분류 인력 충원 확충을 약속받았다.(본지 357호 기사 ‘CJ 택배 노동자들, 파업 확대로 해고자 복직을 얻어 내다’)
한진택배 노동자들(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은 전면 파업 돌입 8일 만(한진그룹 본사 로비 점거농성 6일 만)인 3월 2일에 해고 조합원 전원 복직을 쟁취했다.
한진택배 사측은 김천 대리점 분구 과정에서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조합원 고용 승계를 하지 않았고, 거제에서는 조합원 1명을 해고했다.
2월 23일 한진택배 전체 조합원 287명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울산과 김천, 거제, 경기도 광주·이천·성남·고양 등 파업 지역들에서 택배 접수를 중단하며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비조합원들도 일을 하지 못하게 해 파업 노동자들과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한진 택배기사(8500여 명) 중 조합원은 300명이 채 안 돼, 이간질하기 쉬울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측의 예상과 달리 노동자들은 한진그룹 본사 로비를 점거하며 파업을 지속했고, 이 소식은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도해 널리 알려졌다. 지역 곳곳에서도 파업 참가자들이 모여 농성을 이어 가며 파업 대열을 사수했다.
일주일이 넘어도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오히려 한진택배 사측의 손실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 됐다. 일부 화주들은 아예 택배사를 변경하려고도 했다. 한진그룹의 종합물류계열사인 ㈜한진에서 전체 매출 중 51퍼센트를 차지하는 택배 부문에서 손실이 불어나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게다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비롯한 열악하고 부당한 처우가 불거지는 것도 한진 사측에게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됐을 것이다.
결국 사측은 해고자 원직 복직을 수용했다. 뿐만 아니라 김천대리점 조합원들은 휴게실 보장, 화장실 추가 설치(남녀 화장실 분리) 등 환경 개선 약속도 받아 냈다.
“전원 복직을 이뤄내 100퍼센트 승리입니다. 조합원은 287명인데 이탈 없이 똘똘 뭉쳐 투쟁한 것이 원동력이었습니다. 본사 로비 농성단이 꾸려진 건 택배노조 사상 처음이었고요. 아마 원청에서는 우리들을 쳐 내면 [앞으로 추가] 지회 설립을 못 할 것이라고 본 것 같아요. 저희는 여기서 물러서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합의 후에 로비에서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김태화 전국택배노조 김천지회장)
잇따른 승리
최근 잇따른 택배 노동자들의 저항은, 과로사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력 충원과 일방적 계약 해지 금지 등 합의가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간 인력 충원과 조건 개선 투쟁에서 성과를 거두고 노조가 확대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시 투쟁에 나섰다.
한진 택배에서도 노동자들은 지난해에 노조를 만든 후 벌인 생애 첫 파업을 기세 좋게 벌였다. 파업으로 임금이 주는 상황에서도 이탈자 없이 단단하게 대오를 유지했다. 파업 기간에 기흥과 평택에서 지회를 건설하는 등 조직 확대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번 싸움이 더 큰 투쟁을 앞둔 기싸움이었다고 여긴다. 대리점이 택배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임금)의 정확한 내역 공개(임금 인상을 위한 근거 마련), 임금을 갉아먹는 부당한 패널티제 폐지, 분류 인력 추가 투입 등 관철시켜야 할 굵직한 요구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기세 좋게 사측을 밀어붙인 덕분에, 다음 투쟁을 유리하게 할 수 있게 됐다.
택배시장 경쟁이 격화하면서, 사측은 분류 인력 투입과 설비 개선, 부지 확충 등이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라 더 밀려선 안 된다고 여긴다.
앞으로도 인력 충원을 현장에서 관철시키고 처우도 개선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