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선별적인 체류기간 연장, 이주민 고통 못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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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4월 13일부터 12월 말 사이에 체류기간이 끝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출국하지 못하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와 방문취업제 동포에게 체류기간을 1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 1년이 넘도록 이들의 곤란을 외면하다가 인력난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뒤늦게 조처를 취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4월 13일 이전에 체류기간이 만료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 상담 기관들에는 왜 자신은 체류기간 연장 조처에 해당되지 않냐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항공편이 줄어 체류기간이 끝나도 출국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자칫 미등록 체류자가 될 수 있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이번 조처의 대상이 7만~11만 명이라고 밝힌 것에 비춰 볼 때, 4월 13일 이전에 체류기간이 끝났으나 출국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도 수만 명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체류와 취업을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을 50일 연장해 주고 이마저도 끝나면 출국기한만 유예해 주기를 반복해 왔다. 출국기한이 유예된 기간에는 취업이 금지되는데, 이주노동자들에게 재난지원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생계 걱정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 정부는 농어업에서 계절근로를 하는 조건으로 체류와 취업을 몇 차례 허용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시행할 때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최장 3개월 계절근로를 허용했으나, 올해 2월 두 번째 시행할 때는 대상을 방문취업제 동포와 그 가족 등으로 넓히고 기간도 13개월까지 늘렸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더 열악한 농어업에서 일해야만 비교적 긴 체류기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청은 미미했다. 〈농민신문〉 보도를 보면 4월 13일 기준 국내에 있는 이주노동자 중 계절근로 신청 인원은 37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조처로 체류기간이 1년 연장된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처지의 농어업 계절근로를 할 동기가 없을 것이다.
그러자 4월 19일 정부는 세 번째 계절근로 허용 조처를 발표했다. 대상을 코로나로 출국하지 못해 출국기간 연장이나 출국기한 유예를 받은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했다. 또 쿠데타로 귀국을 원치 않아 “인도적 특별 체류”를 허가받은 미얀마인들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인도적 특별 체류 미얀마인들에게 보장한 비자(G-1)로는 강제 추방만 안 될 뿐 그 밖의 지원이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단기 순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항공편이 막혀 신규 이주노동자 유입이 급감하면서 중소기업과 농축산업 사용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이에 반응해 법을 개정하고 일부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을 1년 연장해 줬다.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와 복지를 빼앗는 것처럼 비난해 왔지만, 이번 조처로 한국 경제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잖이 의존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이주노동자 ‘단기 순환’ 기조에 예외가 늘어나는 것은 막으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가 뻔한 상황에서도 출국기한만 유예해 주며 이주노동자들을 곤란에 빠트리고, 체류기간을 1년 연장하면서도 소급 적용하지는 않는 것이다. 장기 체류로 이어질 가능성을 막고 단기 순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저임금을 유지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이간질해 단결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혹독하게 탄압해 온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도 드러낸다. 사용자들의 요구와 정부의 필요가 있으면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기간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에서만 두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려다 사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국하지 못하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체류와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