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의원직 박탈’ 정당화한 대법 판결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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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대법원이 통합진보당 전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박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까지 박탈당한 김미희, 김재연 등 전 의원 5인이 제기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민주적 기본질서 수호를 위해 위헌 정당 소속 국회의원 직위를 상실시키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하며 의원직 박탈을 옹호했다.
그러나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 모두 반민주적 판결이었을 뿐이다.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포함된 ‘지하혁명조직(일명 RO)’이 내란을 음모했다고 진보당을 탄압했다. 단순한 정치 토론을 내란 모의 토론으로 터무니없이 과장해 몰아붙였던 것이다. 정권은 내란 음모라는 충격적인 혐의를 제기함으로써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노동운동을 분열시키고 위축시키려 했다.
이후 ‘내란 음모’ 재판에서 검찰은 RO와 내란 모의의 실체를 입증하지 못했다. 법원조차 RO와 내란 모의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석기 의원 등에게 내란 선동 등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구체적 행동지침이나 실제로 실행될 개연성이 없어도 내란 선동은 유죄라는 반동적 판결이었다.
이 판결은 박근혜를 흡족하게 했고, 당시 대법원장 양승태는 이 판결을 청와대와의 거래에 이용하려고 했다.(사법 농단과 재판 거래)
박근혜 정부는 ‘내란 음모’ 사건을 터뜨린 데 그치지 않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2014년 헌재는 정부 측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실체적 증거가 모두 무시된 부당한 판결이었다.
당시 헌재는 법률적 근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의원직도 박탈했다.
해산 당시 통합진보당은 10만 명에 이르는 당원과, 적어도 수십만 명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었다. 그런 정당을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헌재 재판관이라는 극소수 몇 명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운운하며 하루아침에 해산시킨 것이다. 그러나 기성 체제를 비판하고 부정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표방한 것에도 맞지 않는다.
이번에 대법원 판사들은 이런 부당한 결정을 재확인하고 뒷받침해 준 것이다.
박근혜가 퇴진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통합진보당 마녀사냥의 ‘적폐’는 청산되지 않았다. 이석기 전 의원은 여전히 감옥에 있고, 문재인 정부는 사면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2019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정보원을 매수해 민간인들을 사찰하고 공안 사건을 조작하려 했음이 폭로됐다. 지난해 안소희 민중당 파주시의원 등은 민중가요인 ‘혁명동지가’를 부르고 ‘RO 회합’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로 안소희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든 대법원이든, 모두 체제 수호라는 계급 이익에 충실할 뿐 민주주의에는 진정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