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말고 이석기가 석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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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이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7월 1일 노동조합, 종교계, NGO 대표자들과 진보 정치인 등 1774명이 이 전 의원의 석방과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카트린 포글러, 크리스티네 부흐홀츠 등 독일 좌파당 의원들도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 탄원을 보냈다.
7월 10일에는 이석기 전 의원 사면·복권을 위한 집회와 행진, 1인 시위, 문화제 등이 서울, 대전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진행됐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호들갑을 떨며 구속한 뒤로 8년째 감옥에 있다. 그의 만기 출소일은 2023년 중반이므로, 조만간 석방되지 않는다면 무려 3개 정부에 걸쳐 갇혀 있게 된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이유가 뭔가?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석기 전 의원과 지지자들의 토론을 문제 삼았다. 90여 분간 말로 토론한 것을 ―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정세와 정치적 방침을 토론한 것인데도 ― 내란 음모라고 터무니없이 부풀린 것이다.
게다가 국가정보원이 이 토론을 녹음한 과정은 그 모임 구성원 내부에 돈으로 매수한 첩자를 심어 놓은 것이었고, 그 첩자를 이용해 만들어 공개하고 재판에 증거로도 제출한 토론 녹취록은 수백 곳이 왜곡·과장돼 있었다.
그 토론에서 다룬 정세 분석이나 방침이 적절한지는 대중의 토론 대상이지 국가의 처벌 대상이어선 안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 전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을 탄압했고, 사법부도 이 마녀사냥에 적극 동조했다. 법원은 정부가 호들갑을 떤 내란 음모를 꾸민 조직(“RO”)이 없다고 인정하면서도(내란 음모도 없었다는 뜻), 국가보안법과 내란선동죄(국가보안법 제7조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형법 조항)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은 박근혜를 만족케 했고, 당시 대법원장 양승태는 이 판결을 이용해 청와대와 거래하려고 했다(사법 농단과 재판 거래).
불공정 위선
인권 변호사 출신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지만, 이석기 전 의원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각계에서 석방 요구가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번번이 외면했다.
그동안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은 여럿 사면됐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광재(정치자금법 위반)는 사면·복권돼 국회의원을 지내고 대선 출마 선언까지 했다(예비 후보).
2013년 이석기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 씨는 청와대 앞에서 1000일 넘게 농성을 하며 동생의 석방을 바랐다. 그러다 급성희귀암이 발병해 투병하다 올해 3월에 눈을 감았다. 이 전 의원은 누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누나가 숨을 거두고 나서야 겨우 2박 3일 귀휴를 받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국가보안법은 폐기되기는커녕 희생자를 계속 양산해 왔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환호 분위기 직후에 대북사업가 김호 씨가 구속돼 고초를 겼었다. 최근에는 김일성 회고록을 출간한 김승균 씨(1939년생)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 속에 지배계급은 국내 좌파 단속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과 공안수사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감옥에 있을 판인데, 삼성 부회장 이재용은 머지않아 사면될 가능성이 크다. 6월 2일 대통령 문재인은 4대 재벌 대표들을 만나 “국민들도 [이재용 사면에] 공감하는 분이 많다” 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사면도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대선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이 정부가 얘기해 온 ‘공정’과 ‘정의’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는 부패한 재벌이나 전 권력자들이 아니라 이석기 전 의원을 석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