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에 적자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부족한 자금을 위해 공사채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조건으로, 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고강도 자구책’(구조조정)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방안에 적극 호응해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정원 1000명 이상 감축과 신규 채용 대폭 축소, 임금 공격 등 ‘경영합리화’ 방안을 제출하려 한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시간 연장 효과를 낼 근무제도 개악, 심야 운행(밤 12시~새벽 1시) 폐지 등을 통해 정원 1000명을 감축하고, 지난해보다 신규채용을 약 69퍼센트나 축소할 계획이다(고작 167명 채용).
요컨대, 지금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적자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그러나 그동안 부족한 인력에도 코로나19 방역 실시 등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헌신해 온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부당하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지금도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2017년 서울교통공사는 1-4호선과 5-8호선 통합 때 이미 정원을 1029명이나 줄인 바 있다. 게다가 인력 증원 없는 4조2교대제가 7년째 이어지고 지난 2년 동안은 퇴직자 수보다 인력을 적게 뽑아,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 세대 실업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공기업들에 비용 절감을 압박하며 정규직 신규 채용 축소를 강요하는 것은 완전한 이율배반이다.
임금, 복리후생, 성과급, 연차수당 등을 삭감하려는 것도 부당하다. 올해 공공부문 임금 인상률은 0.9퍼센트로 사실상 실질 임금 삭감 수준이라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다. 지난 수년 동안에도 서울교통공사는 인건비 부족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인력 감축과 노동조건 악화는 지하철 안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2020년 철도안전관리 수준 평가’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미흡 상태”인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과 정비, 선로와 역사 등 시설 관리 등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조건과 처우마저 악화되면, 지하철 안전은 더 위협받을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교통복지 제공에 따른 ‘착한 적자’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노인·장애인·유공자 등에 대한 무임 수송, 학생 할인, 지하철-버스 환승 지원 등.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대폭 줄면서 적자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늘어난 적자는 공공서비스 제공 주체인 정부와 서울시가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 국가 정책에 따른 무임 수송 지원은 외면해 온 정부,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6대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보조금을 단 1원도 지원하지 않은 서울시가 책임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