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파업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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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11월 30일 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은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잇따라 예고된 파업도 위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지하철 파업이 (철도 파업 예고도 함께) “정당성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파업에 나섰다. 서울시장 오세훈과 서울교통공사 사용자 측이 재정 적자를 이유로 2026년까지 정원의 약 10퍼센트에 이르는 1539명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2인 승무를 1인 승무로 전환하고, 일부 업무를 자회사로 넘기거나 외주화하고, 근무제도를 개악해 노동강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는 신자유주의 공격이다.
노동자들은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 측이 추진하는 근속승진제 폐지 등 임금 억제 공격에도 불만이 크다.
오세훈은 지난해에도 인력 감축을 추진하려다 노동자들의 반대에 일단 물러섰다. 사용자 측과 노조는 “재정 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고 합의까지 했다. 그런데 1년 만에 뒤통수를 친 것이다.
사용자 측은 지난 5월에도 승무인력 증원을 약속했지만, 이마저 어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 긴축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인건비 지출을 줄이라고 하자, 오세훈도 이에 발맞춰 구조조정의 칼을 다시 빼 들었다.
서울시 측은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매년 1조 원가량 된다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윤석열은 공공기관의 부채가 방만하게 늘고 있다면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필수 공공서비스인 대중교통이 적자를 내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지금 서울지하철 적자의 상당수는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을 지원하는 무임수송, 환승 할인, 심야 연장운행 등 교통 복지를 제공해서 발생한 것이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마땅히 재정을 투입해야 할 ‘착한 적자’이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야 적자 보전금을 일부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조차 적자액 대비 지원 수준은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들보다 낮다.
그래 놓고는 노동자들에게 재정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려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말하는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가 뜻하는 바다.
착한 적자
지금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신을 향한 대중의 분노를 더 크게 자극하고 정치적 위기를 심화시킬까 봐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는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서울교통공사노조에 대해서도 “진정한 약자”를 아랑곳 않는 “고임금 (노동자의)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투쟁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지키는 정당한 투쟁이다.
인력 감축은 노동자들의 피로도를 더욱 높이고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안전 사고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 도어 수리 업무를 하다 사망한 청년 노동자의 비극이 보여 주는 바다. 최근 오봉역에서 발생한 철도 노동자 사망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고가 크게 나면 서울지하철을 이용하는 보통 사람들의 안전도 위태로울 수 있다. 침수나 화재 사고가 났을 때도 일손이 부족하면 재빨리 대응하기 어렵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지키고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 이 투쟁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에 관심도 없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지하철 파업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6년 만에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이 승리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