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화성외국인보호소 확진자 발생, 집단감염 위험성 보여줘

7월 21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마터면 올해 1월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뻔한 것이다.

올해 1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도 비슷한 조건의 외국인보호소도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제기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 이들에게도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함에도 아직도 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외국인보호소 방역에 완전 불충실한데도, 다행히 이번 확진이 더 확산되지는 않았다.

해당 이주민은 확진 판정 이후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8월 1일 다시 화성보호소에 구금됐다.

외국인보호소는 말이 ‘보호소’이지,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 신청자 등을 강제 추방(출국)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교도소와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잠시 머물다 출국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다. 수개월에서 5년 가까이 구금된 사례도 있다. 특히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당 이주민은 입소 과정에서 받는 PCR검사에서 확진됐다. 보호소의 1인 격리실에서 검사가 이루어지고 음성이 나와야 다른 구금자들이 있는 일반실로 보내진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있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보호소 직원들은 계속 출퇴근한다. 또 해당 이주민은 무증상이었기 때문에, 화성보호소로 이송시킬 때 동행한 보호소 직원들과 밀접 접촉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이후 조처를 묻는 본 기자의 질의에 확진 판정 이후 여성 보호동 전체를 폐쇄했다고 모호하게 회신했다.(추가 질의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보호동 폐쇄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이든 입소 단계에서 감염이 발견됐는데, 보호소 측은 기입소자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한 것이다. 보호소 측도 다양한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보호소는 구치소·교도소처럼 신체를 구금하는 시설로 기본 구조가 본질적으로 같다. 밀폐된 곳에서 단체 생활이 이루어져 일단 전파되면 쉽게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 서울동부구치소와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가 이를 보여 줬다.

과밀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 확산 이후 보호소 과밀화 우려도 제기됐다. 항공편이 막히면서 출국하지 못하는 이주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전국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은 389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5월 기준 화성보호소에 구금된 평균 인원만 308명이었다. 보호실 1개당 6~7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인원이다.

보호소 내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구금된 이주민에 대한 처우는 비인간적이다. 지난 6월 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 43명이 이를 폭로하는 진정서를 작성해 팩스로 외부에 알리기도 했다.

진정서를 보면, 음식은 형편 없고 목욕물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부족한 야외 운동 시간은 코로나 확산 이후 더 줄었다. 아파도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병원 방문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조건이 구금된 이주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키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백신 접종

그런데도 법무부는 구금된 이주민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이 없다. 여태 질병관리청과 협의 중이라고만 한다.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들에게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여러 인권단체들은 7월 25일 성명을 내고 “교정 및 보호시설 수용자들에 대한 접종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올해 1월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때에도 이주·난민·인권·노동 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해 구금된 이주민을 석방하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임시체류자격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최근 정부·여당이 가석방 규정까지 바꿔 가며 이재용을 풀어 주려고 군불 때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일자리를 구해 또는 전쟁과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을 뿐이다.

한국 경제는 그들에게 교육 등 복지 비용 하나 지출하지 않고는 완성된 노동력으로 수입해 조건이 너무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해결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국인 노동자들과 같은 권리를 요구할까 봐 눌러앉지는 못하게 하려고 애를 쓴다.

이들을 더는 집단감염 위험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등록 이주민을 모두 합법화하고, 외국인보호소는 폐쇄돼야 한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