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월호 공간 없애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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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이하 기억공간)을 7월 26일까지 철거하겠다고 한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광화문 광장 전면 재구조화 공사를 하면서 기억공간은 없앤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공사 이후 기억공간을 재설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표지석이나 나무 같은 상징물 정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하 직함, 존칭 생략)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에는 박원순의 광화문 광장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당선하고서 말을 바꿔 공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고,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라는 우파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부응하고 있다. 자신은 그저 전임 박원순 서울시장의 계획을 이어가는 것뿐이라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오세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에 ‘개혁 보수’를 자처했고 당선 직후였던 참사 7주기에는 유가족을 위하는 척 “진상 규명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역시나) 뻔뻔하게 말을 뒤집고 있다.
주류 정치 모두 외면
서울시의 세월호 공간 철거 시도는 문재인 정부 아래서 몇 차례 있었다.
지금 기억공간이 있는 자리에는 원래 분향소와 천막 여러 동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박원순의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 14동 가운데 3동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면서 1100만 원이 넘는 변상금을 물렸다.
2018년 9월경 2기 특조위 본격 가동을 앞두고는, 청와대가 광화문 천막의 철거를 원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2019년 3월 서울시는 광화문 전면 공사 계획을 앞세워 분향소와 천막을 철거했다. 지금의 기억공간은 그 철거의 대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서울시는 유가족의 요구를 외면하고는 새 광장 계획에 세월호 공간을 끝내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기억공간이 공사 과정에서 철거될 것임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항의는 건설되지 못했다.
오세훈은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철거 계획을 강행해도 명분상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즉, 기억공간 철거가 끝내 강행된다면 거기에는 문재인 정부, 박원순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가 차례로 한몫들을 한 셈이다.
이처럼 우파들은 문재인 정부의 불철저한 개혁 또는 개혁 배신, 그리고 진보·좌파가 그에 대해 명확한 선긋기를 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자잘한 개혁부터 살금살금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우파들은 세월호 유가족이 다 끝난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월호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참사 책임자들은 여전히 처벌받지 않은 채 (현 정부에서도 중용되는 등) 해경이나 검찰 등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없게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인재(人災)형 화재나 산재 참사 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개선 노력은 미흡하다.
서울 도심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강행하는 오세훈을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