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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세계 경제 회복 앞에 놓인 암초들

[ ] 안의 말은 번역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첨가한 말이다.

섣부른 팬데믹 종식 선언은 경기 회복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7월 9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이미진

1918~1919년 심각한 인플루엔자 팬데믹 이후에 호황이 찾아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주류 논평가들이 주장하듯 “광란의 20년대”가 또다시 찾아올 것일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1920년대 호황은 1929년 10월 월가 추락과 1930년대 대불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통제 조처가 완화되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금융 시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푼 10조 달러 규모의 값싼 자금에 여전히 취해 있다. 미국 사모펀드들이 영국의 수퍼마켓 체인 모리슨즈 같은 수익성 좋아 보이는 기업들을 인수 대상으로 눈여겨 보는 이유다.

하지만 세계 경제 전망은 훨씬 암울하다. 평소에 세계 자본주의의 응원 부대 구실을 해 온 《이코노미스트》가 이번 주에는 냉정하게 경고했다. “현재의 호황은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표면 아래 세 단층선이 있기 때문이다.

“제1 단층선은 [주사기로] 찌른 자와 찌르지 않은 자 사이에 있다.” 별로 웃기지도 않는 이 표현은,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됐지만 팬데믹을 극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시인하는 것이다. 영국 보건장관 사지드 자비드가 무책임하게 시사하는 바와 달리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에서 네 명 중 한 명만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고 면역력을 온전히 획득한 사람은 여덟에 하나뿐이다.”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격차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 격차는 매우 중요하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12세 이상의 백신 접종률은 2.4퍼센트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일본·한국·호주처럼 팬데믹 초기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한 몇몇 부국들에서도 백신 접종은 지체됐고, 이제는 델타 변이가 급격히 확산돼 방역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총재이자 그곳에서 잔뼈가 굵은 데일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에, 글로벌 성장을 가로막을 가장 커다란 위험 요인 하나는 섣불리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팬데믹을 극복한 게 아닙니다. 아직 극복하는 중입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제2 단층선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 있다.” 여기에는 세계 공급 사슬이 교란된 탓도 일부 있다. 중국의 대규모 제조업 허브에서 미국 서안으로 재화를 운송하는 비용이 네 배로 뛰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도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가 및 접객업 부문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소극적 항의로서 그 업종을 떠나,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팬데믹 전보다 12퍼센트 줄었다.

이들은 물류업처럼 팬데믹 와중에 성장한 부문으로 이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물류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노동쟁의를 벌일지도 모른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임금 상승 전망 등을 이유로 영국 보수당 정부의 재무장관 리시 수낙은 영국 기초연금제도의 삼중잠금장치[물가상승률, 명목임금상승률, 고정금리 2.5퍼센트 중 가장 높은 것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인상시키는 정책]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률이 임금 상승률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 단층선이 “부양책 중단에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 회복이 속도를 낼수록 일부 자본가들은 정부 지출이 쏟아져 나오는 수도꼭지를 잠그라고 정부와 중앙은행들에 더 큰 압력을 넣을 것이다. 수낙이 향후 긴축을 시사한 것도 그런 압력의 반영이다.

각국 정부들이 기업과 일자리, 소득에 제공하던 지원을 삭감하면 경기 회복에 타격이 될 것이다. 금융 시장에 만연한 인플레이션 공포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회복에 타격이 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아등바등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들이 파산으로 내몰릴 수 있다. 빚더미에 오른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좀비 기업”의 수는 늘고 있다. 미국·영국처럼 정부가 대규모 차입과 지출을 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 경제들은 이미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경고한다. “지나치게 늦게 백신을 접종하고 지나치게 빨리 경기를 조이면 그 결과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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