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일자리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
거대한 소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뒤흔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국적으로 소요가 일어나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의 현지 시설도 약탈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최대의 소요 사태라고 한다. 이 사태의 배경과 성격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러 지역에서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소요를 일으키고 백화점, 대형 마트, 물류 창고를 털었다.

이 반란은 7월 10일 콰줄루나탈주(州)에서 더반시(市)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요하네스버그와 그 주변의 하우텡주로 확산됐다.

그 후 하우텡주 바로 동쪽에 있는 음푸말랑가주와 노던케이프주에서 대규모 약탈이 벌어졌다.

처음에 이 모든 사건은 얼마 전에 구속된 전 대통령 제이컵 주마 지지자들이 일으킨 소규모 시위와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소요는 금세 그 이상의 것이 됐다. 참가자 대다수는 주마를 비롯해 사회 상층부의 어떤 정치인과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75만 명이 거주하는 요하네스버그 북부 알렉산드라 타운십의 주민인 두두질은 이렇게 말했다. “사십 평생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상점을 싸그리 털고 있어요. 난장판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나 했습니다. 마침내 먹을 것과 물건들을 얻게 됐거든요. 일자리도 없고 배도 고프고. 아이들과 노인들이 배를 곯고 있어요.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정말 많이 죽었죠. 록다운 동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가난해졌어요.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약탈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나이 든 사람도 여럿이 가세했죠.

“사람들이 가져가는 건 쌀, 식용유, 채소 같은 거의 다 사소한 것들이에요. 그러다 꿈꾸기만 했던 물건도 가질 기회가 생긴 거죠. 제대로 된 침대나 선풍기, 냉장고, 그럴싸한 옷 같은 것들 말입니다.

“지금은 경찰이 완전 무장을 하고는 사람들을 쏘고 최루탄을 쏘고 있어요. 많은 처벌이 있을 거예요. 나중에 일자리들이 어떻게 될지, 사업체들이 다 떠나 버리는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정부는 여러 지역에 많은 군 병력을 보내 경찰을 지원했다.

소요, 약탈, 국가 탄압이 일어나는 동안 이미 최소 72명이 사망했다.

소위 “지역사회 단체들”이 자경단을 꾸리고 있다. 일부 자경단은 구성원 대다수가 자기 재산의 안전을 걱정하는 무장한 백인들이다. 몇몇은 택시 회사 등 흑인 소유 회사 관련자들로 조직됐다.

이 사태의 근본에는 절망적인 빈곤이 있다. 올해 1분기에 공식 실업률이 32.6퍼센트였다. 15~34세 실업률은 거의 50퍼센트에 이른다.

또 다른 공식 연구를 보면,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실업률이 43퍼센트를 넘는다고 한다.

수준 이하

그 결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주거 시설에 살며 날마다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도 빈곤을 면하기 어려운 임금을 받을 때가 많다.

4월 말 일부 부문에서 방역을 위한 통제가 계속되는데도 정부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한 달에 350랜드[약 2만 7000원]에 불과한 액수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돈이었다.

다른 복지 수당 인상도 중단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슬럼 거주자 운동 ‘아바흐랄리 바셈존돌로’는 성명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우리가 시한폭탄 위에 앉아 있다고 입이 닳도록 경고해 왔다.

“사람들이 끔찍한 가난 속에서 몇 해가 지나도록 무시당한 채 계속 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간곡하게 경고해 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존엄이 유린되는 것을 언제까지나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똑똑히 밝혀 왔다.

“지배층은 언제나 빈민들을 무시했다.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러다 소요가 일어나자 갑자기 빈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굴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남아공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출처 ELMOND JIYANE(GCIS)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는 약탈을 “비열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이렇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미 알던 사실이 지금 이 순간 냉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실업과 빈곤, 불평등은 현 수준으로는 지속불가능하다.”

과연 그러하다. 그러나 라마포사와 ANC에 몸담은 그의 전임자들이 바로 그 수십 년 된 가난의 관리자 구실을 하며 대기업들의 이익을 도모했다.

약탈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징후다.

약탈은 조직된 노동계급 운동이나 사회주의적 반란 같은 게 아니다. 소요와 약탈의 표적이 된 곳 중에는 백신 접종 시설과 보건 시설들도 있었다.

추악한 요소들도 있다. 일부 가담자들은 다른 아프리카 나라에서 온 흑인 노동자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기도 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인종이나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충돌하기도 했다.

아바랄리 바셈존돌로 등의 운동 단체들이 이런 분열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열의 주된 책임은 그런 행위를 부추기는 빈곤과 절망을 만들어 낸 자들에게 있다.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옳다. 노동계급적 해결책은 부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정치인들에 맞서 혁명을 조직하는 것이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