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협 노동자 파업:
대면수업은 강행, 노동자 처우 개선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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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내 직영 식당·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노동자들이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소속된 생협 노동자들은 3시간 부분파업(관련 기사 : 삼계탕 만들어도 국물밖에 못 먹는다 — 차별과 저임금 개선하라)에 이어, 민주노총 하루 파업이 있던 10월 20일 점심에는 ‘휴게시간 준수’ 투쟁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오늘(25일) 오전 11시부터 기습적으로 하루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요구해 온 임금체계 개선과 정액급식비 신설, 명절휴가비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파업으로 인해 직영 식당 6곳 모두 점심·저녁 제공이 중단됐다. 직영 카페 5곳도 문을 닫았다.
생협 노동자들은 2019년 파업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서울대와 생협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빌미로 인건비를 압박하고 인력을 축소하고 임금을 공격했다. 그러면서 서울대와 생협 당국은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나아질 거니까 참고 기다려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10월 18일부터 대면 수업이 재개됐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 서울대와 생협 당국은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대면 수업 재개로 노동강도가 더욱 세졌다.
생협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강도는 이번 서울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오세정 총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력 감축은 절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것과 달리 1년 새 인력을 27퍼센트나 감축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최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처우 개선은 더디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격무에 시달리는데 인력까지 부족해 노동자 10명 가운데 8명은 근골격계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실태 조사연구 보고서, 2021. 10.)
그런데도 서울대와 생협 당국은 처우 개선에 의지가 없다. 임금체계 개편은 내년 6월까지 해볼 테니 일단 파업을 접으라고 한다.
이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수작일 뿐이다. 노동자들은 서울대 부총장(생협의 당연직 이사장)이 교섭에 직접 나오라고 요구하며 오늘 행정관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
금요일에 부총장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서울대 당국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조는 내일 하루도 연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파업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일부 불편함을 겪게 됐지만, 이는 그간 대학의 일상이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동으로 유지돼 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생존권 보장을 위한 생협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