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정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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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문재인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대통령 산하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퍼센트 감축하는 목표안을 제시했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20년까지 제출해야 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정부들은 뒤늦게서야 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안을 10월 중에 확정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기후변화정상회의(COP26)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안이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 준다며 자화자찬하기에 여념 없다.
반대로,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발전, 농축산 등 대부분의 기업들과 우파 언론들은 이번 안이 이윤에 타격을 주고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진정한 문제
그러나 정부 안의 진정한 문제는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자체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상당 부분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기술로 대처한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2018년보다 40퍼센트 감축한다고 선전하는 것 자체가 수치를 뻥튀기한 것이다. 정부는 2018년은 총배출량을, 2030년은 탄소 흡수·제거량을 제외한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2030년도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40퍼센트가 아닌 30퍼센트 감축 계획이다.
게다가 설사 40퍼센트 감축 계획이라 하더라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안한 최소 기준에도 못 미친다.
IPCC는 2030년까지 2010년보다 45퍼센트를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 안은 2010년보다 23퍼센트가량만 줄이는 안이기 때문이다.(총배출량 기준) 이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목표이다.
게다가 기업 이윤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게끔 계획하려다 보니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은 고작 14.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목표 수치를 맞추기 위해 아직 개발이 되지도 않은 ‘꿈의 기술’들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거나 배출을 줄이겠다는 황당한 계획들이 담겨 있다.
탄소를 포집해서 바닷속에 저장하는 신기술을 통해 1000만 톤에 달하는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2030년에도 핵발전으로 전기를 146테라와트시(TWh)나 생산하겠다고 한다. 2020년에 160테라와트시였던 것에 비춰 보면 앞으로 거의 감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30년에도 석탄 발전은 전체 전기 생산의 20퍼센트가 넘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계획은 산업 부문 감축량(3800만 톤)과 비슷한 3500만 톤을, 실제 효과도 불분명할 해외 감축으로 상쇄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수소 활용을 강조하면서도, 수소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겠다고 한다.
현재 수소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하는 만큼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을 해외에 떠넘기겠다는 셈이다.
태생부터 친기업적인 탄소중립위원회의 한계
탄소중립위원회가 이처럼 부족한 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가 올해 5월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들 때 포스코·현대차·SK처럼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의 경영진과 친기업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정의당·진보당과 민주노총 등은 탄소중립위원회 참가하지 않았고, 청소년 위원이나 종교 단체 소속 위원들은 탄소중립위원회를 비판하며 중도에 사퇴했다.
여러 환경·노동·사회 단체들은 탄소중립위원회에 참가하지 말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나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등 적지 않은 인사들이 탄소중립위원회에 참가했다. 결국 정부·기업의 위선에 ‘녹색 들러리’를 서 준 것이다.
얼마 안 되는 탄소 감축 계획에도 반발하는 기업들의 태도에서 보듯, 탄소 배출 감축은 기업의 이윤 논리에 맞서는 투쟁의 전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부·기업과의 협의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맞서는 투쟁을 발전시키며 사회를 바꿀 진정한 동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