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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주요국들 간의 협력이 깨지고 있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기해 스스로를 세계적 정치인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존슨이 영국 해역 어업권을 두고 프랑스와 우스꽝스럽게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면 허장성세가 드러난다.

갈등의 양측 당사자 영국·프랑스 모두 우스꽝스럽다. 어업권에 걸린 경제적 판돈이 보잘것없는데도 양국은 백년전쟁 당시인 1340년 도버 해협에서 양측 함대가 맞붙었던 슬로이스 해전을 재연하려는 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측 정부의 동기는 대체로 선거 정치에 있다. 하지만 프랑스 총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에게 서한을 보내, 유럽연합이 힘을 모아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을 혼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 제국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생긴 균열을 치유하는 것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더 부합한다. 수많은 싱크탱크들이 새로운 협력 방식을 모색하라는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안보 문제에서 말이다.

하지만 시국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존슨과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개인의 기벽 탓이 아니다. 세계적 수준에서 지도적 자본주의 국가들 간의 협력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만난 마크롱과 보리스 존슨 ⓒ출처 Number 10(플리커)

최근 미국의 자유주의 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관한 두 책을 냈다. 콜린 칼과 토머스 라이트의 《여진》, 애덤 투즈의 《셧다운》이 그것이다. 두 책 모두 국제 협력의 실패를 강조한다. 각국이 무질서하게 경제를 중단시키고 상호 경쟁 속에서 백신 개발·보급에 박차를 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두 책 모두 같은 설명을 제시한다. 바로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문제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10월 30~31일 로마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주요 경제국 정상들은 개최국인 이탈리아의 총리 마리오 드라기에게 훈계를 들었다. “다자주의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법이다 … 팬데믹, 기후 변화, 공정 과세 등에서 독불장군으로 구는 것은 결코 답이 아니다.”

분열

하지만 미국의 두 주요 경쟁국의 지도자들 — 중국의 시진핑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 은 불참으로써 다자주의에 거부 의사를 표했다. 둘은 로마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COP26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서방이 판을 짠 정상회의가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요한 세계적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이 필요한 것은 맞기 때문에, 중국·러시아의 불참은 나쁜 소식이다. 하지만 영국-프랑스 갈등은 서방 진영 자신도 분열돼 있음을 보여 준다. 유럽연합도 헝가리·폴란드에서 권위주의가 강화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놓고 분열해 있다. 경제적·정치적 자유주의가 여전히 강력한 북유럽 국가들은 강경 대응을 바란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앞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마지막 업적으로서, 체면을 지킬 타협을 이끌어 내려 한다. 메르켈의 애제자 폰데어라이엔은 이런 분열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유약하다.

가장 기이한 분열은 미국의 핵 전략을 두고 벌어지는 것이다. 바이든은 선제적 핵무기 사용의 공식적 포기를 고려 중이다. 미국이 직접 공격받거나 위협이 임박했을 때처럼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만 핵무기를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들인 영국·프랑스·독일·일본·호주는 여러 정상회담 자리를 이용해 바이든에게 이런 선택을 하지 말라고 로비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의 핵무기 사용 정책은 냉전 이래로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서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들에게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국가들은 핵전쟁의 그림자 아래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것인데, 그래야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국·중국·러시아 간 전략적 군비 경쟁이 가속되는 시대에 말이다. 러시아는 핵무기 체계를 현대화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우회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경기 둔화, 자본주의의 자연 파괴로 인한 혼란 증대, 열강의 경쟁 심화라는 3중 위기의 충격파 속에서 국제적 국가 체계가 해체되고 있다. 이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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