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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주 52시간제 무력화 추진

문재인 정부가 또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90일인 활용 기간을 150일로 늘린 것이다.

노동부는 “올해에 한시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지난해에도 똑같이 말하며 180일까지 확대 적용했다. 특별연장근로가 “더 이상 ‘특별’이 아닌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연장근로(가 됐다)”(민주노총)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노동시간을 연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말만 요란한 빈 수레였다. 노동시간을 줄이기는커녕 실제로는 연장 근로시간 한도를 늘리고 임금(수당)을 깎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9월 13일 오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 세종물류 특별연장근로 허용 노동부 규탄대회’ ⓒ출처 〈금속노동자〉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사용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려고 곧바로 무력화 조처를 취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노동시간제의 단위기간을 늘리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와 활용 기간을 확대했다.

원래 특별연장근로는 재난 대처 등 특수한 경우에 한정해 허용됐었다. 2016년에 특별연장근로가 인가된 경우는 4건, 2017년에는 15건 수준이었다.

2년새 인가 건수 20배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공격을 시작하면서 그 활용도가 크게 늘었다.

특히 2019년 8월, 일본의 경제 보복(수출 규제)이 좋은 핑계가 됐다. 정부는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를 촉진하겠다며 그 분야에서 기술 연구나 생산량을 늘릴 때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그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908건으로 치솟았다.

급기야 이듬해인 2020년 1월 31일부터는 전 산업으로 이를 확대했다. 관련법 시행규칙을 개악해 특별연장근로의 허용 기준을 ‘재난 대처’에서 ‘경영상 필요’로 완화한 것이다. 촉박한 납기일, 마감 임박 업무, 공사 기간 지연, 설비·기계 고장, 대량 리콜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량 증가 시 사용자 마음대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열어 준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4156건으로 2018년 대비 무려 20.4배나 늘었다. 올해에는 활용도가 더 늘어 9월 말 현재 이미 4380건이나 인정됐다.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로 사용자들은 신규채용 대신 기존 노동자를 더 쥐어짤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운운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역행하는 일들을 해 온 것이다.

물론 정부는 사용자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때 “노동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그러나 미조직·비정규직, 취약노조 사업장에서는 이런 조항이 공문구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IT·게임 산업 노동자들이 “회사와 상대해서 [노동자 동의를] 거부할 수 있는 개인이 몇이나 되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유감스럽게도 일부 노조 지도자들도 기업 경쟁력에 협조해야 한다며 특별연장근로를 받아들였다.

가령 지난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우파 집행부는 울산 변속기공장 일부와 출고센터·배송센터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했다. 당시 일부 활동가들이 이에 반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별한 경우와 일부분에 한해서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결국 집행부의 후퇴를 인정해 줬다.

이러한 한 번의 후퇴는 더한층의 후퇴로 미끄러졌다. 사측은 특별연장근로 도입을 다른 공장으로 확대했고, 최근 반도체 부품 공급에 약간 숨통이 트이자 생산량을 바짝 늘려야 한다며 또다시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적잖은 노동자들이 고용난과 노동조건 후퇴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사용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커녕,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조장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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