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법원본부가 임기제공무원 해고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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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이하 법원본부)가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임기제공무원 해고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원본부는 2018년부터 법원행정처와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정규직화를 하기로 했음에도 법원이 약속을 어기고 개선은커녕 더욱 불안정한 처지의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부터 2년간 일해 온 임기제 법원보안관리대원 A씨는 지난해 12월 17일 ‘근무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다. 법원은 해고의 사유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A씨의 동료 수백 명이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법원본부는 법원의 부당 해고에 대해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김형두 차장은 당사자의 소명 기회 요구도 거부했다. 법원본부는 부당 인사의 책임이 있는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법원에는 속기사, 가사조사관, 보안관리대원 등 비정규직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다. 2007년부터 선발된 법원보안관리대원은 별정직으로 10년간 일하면 정규직 공무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 공무원이 된다고 경력을 온전히 인정받는 것은 아니었다. 법원본부는 오랜 기간을 일한 후에야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처지를 개선하고자 임기제공무원으로 5년 일하면 정규직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와 단체교섭을 맺었다. 그런데 법원은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했다.
법원은 A씨의 근무 태도를 문제삼았지만 해고 당사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평판은 A씨가 상당히 훌륭했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경천 법원본부장은 “인권의 보루이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법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근무 태도의 문제로 해고당해야 한다면 법원행정처 차장은 해고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도 “공무원노조는 법원행정처와 단체교섭을 하며 법원 내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합의를 했고 기자들 앞에서 공동선언을 했다. 반인권적인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임기제 해고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끼리의 갈등과 다툼을 법원이 악용했다고 할 수 있다. 채용된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다 보니 똑같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처지의 별정직 보안관리대원과 임기제 보안관리대원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지난 연말, 경찰청이 총액인건비제를 핑계로 500명의 임기제공무원을 해고한다는 소식이 JTBC 방송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같은 시기, 서울 용산구 보건소에서 출산한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이 육아 휴직을 쓸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비정규직 임기제공무원 문제는 당사자들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의 비정규직 연대 투쟁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