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공무원(임기제공무원)을 정규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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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에서 비정규직인 ‘임기제공무원’은 제외됐다. 상시적·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던 정부의 말이 무색하다. 임기제공무원은 정규직 공무원과 함께 상시적·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기제공무원을 신분이 안정된 ‘경력직’ 공무원으로 보며 그들이 정규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임기제공무원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임기제공무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임기제공무원 제도는 일반 공무원이 담당하기 어려운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 3년 단위로 노동자를 고용한 1974년의 계약직공무원 제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범위가 확대돼, 정규직 공무원과 똑같은 업무나 정규직 공무원들의 기피 업무가 된 단속 업무 등에도 임기제공무원이 고용된다. 기업이 비용 절감과 고용 유연화를 목적으로 2년에 한 번씩 노동자를 해고하고 다시 고용하듯이, 정부도 법적으로 최장 5년 동안 필요에 따라 임기제공무원을 사용할 수 있다. 임기제공무원은 기간제 공무원인 셈이다.
임기제공무원은 서울시(시청과 각 구청)에만 약 5000명이 있고, 그 수는 매년 증가해 왔다.
차별
임기제공무원은 전일제인 일반임기제, 주당 15~35시간을 일하는 시간선택제임기제, 1년 미만 임용돼 주당 15~35시간 일하는 한시임기제공무원으로 나뉜다. 일반임기제와 시간선택제임기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임기제공무원은 5년 임기가 끝나면 신규 채용 절차에 따라 재응시해야 한다. 다시 임용되더라도 연봉(임기제공무원은 정규직 공무원과는 별도의 보수 규정에 의해 연봉제로 임금을 받는다)이 5년 전으로 초기화되거나 심지어 깎인다. 정규직 공무원과 달리 연봉이 오르지 않고 명절수당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다.
필자 같은 시간선택제임기제는 근무시간이 “탄력적”이어서 의무적으로 휴일근무나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데, 별도의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저 ‘고생한다’는 인사만 들을 뿐이다. 요컨대 의무는 정규직 공무원인데 처우는 하청업체 직원 같은 존재가 시간선택제임기제 노동자들이다.
이간질
촛불운동 덕분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10월 18일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체 81만 개 일자리 중 17만 4000개를 공무원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복지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공무원을 대거 늘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공무원의 초과근무를 축소하고 연가 사용을 늘려 절감되는 예산으로 전문 임기제와 시간제 고용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규직에게서 빼앗은 돈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겠다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것이다.
정부는 임기제공무원들이 비정규직임을 인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정규직화해야 한다. 임기제공무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를 오랜 시간 지속해 왔고 전문성도 정규직 공무원 못지않다.
무엇보다 공무원노조가 임기제공무원들의 요구와 바람을 지지하고 노동조합으로 조직해야 한다. 같은 사용자에 맞서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할 때 노동자들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