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지금 학교는 코로나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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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 중학교 교사다.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3분의 1씩 번갈아 등교하고 나머지는 원격 수업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매주 500명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고, 교실 안에서도 거리두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많은 학생들 중 확진자가 등교하지 않게 할 대비책은 자가진단키트(또는 신속항원검사)뿐이다.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가 20퍼센트인 것도 문제지만, 이조차 의무가 아니라 권고사항일 뿐이다!
500명 넘는 학생들이 매일같이 급식실에서 함께 식사하고, 교실 안에서 다닥다닥 모여 있다.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본의 아니게 코로나를 퍼뜨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순환 등교를 시키는 우리 학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부가 방역을 각 학교의 자율로 떠넘겼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으로 전면 등교를 결정한 학교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도 그런 학교에서는 교직원과 학생들 중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안전 걱정보다 업무 공백 걱정
실제로 며칠 전 나와 같은 교무실을 쓰는 동료 교사 한 명이 확진됐다. 우리 학교에서만 세 번째다. 그래서 나도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았다.
관리자는 내 건강을 걱정한다고 했지만, 그가 더 걱정한 문제는 내가 확진되면 내 몫이던 학교 업무가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진으로 교사가 병가·연가를 쓰면 다른 교사들이 그 수업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확진된 교사가 병가를 내고도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과 업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속출한다는 소식도 들릴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관리자들은 교사들이 (감염됐느냐와 상관 없이) 양성 판정을 받지 않게끔 하는 데에 관심을 쏟는다.
관리자 자신도 확진자와 접촉한 후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고는, 음성이 뜨면 그대로 믿어 버린다. 심지어 자가진단키트가 신속항원검사보다 정확성이 더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관리자는 다른 교사들도 검사를 받게 하는 데에는 관심 있지만, 그 검사가 정확한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검사 결과를 서류로 제출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약양성이 나와 PCR 검사도 받겠다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왜 그런 일을 하는 것이냐’ 하고 질책한다.
이렇게 안전 걱정보다 공백 걱정,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는 학생들을 대할 때도 나타난다. 온갖 행정적 기준은 복잡하기 짝이 없지만,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실질적 방역 효과는 미지수이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뒤죽박죽에 구멍 숭숭
등교 기준부터가 그렇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과 교직원 중 3퍼센트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면 등교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는데, 개별 학급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 당장 내 학급만 해도 11퍼센트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번 주부터 등교를 한다.
전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급식실에서의 지도 지침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을 급식실에서 지정 좌석에 앉히고,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학생 주변 좌·우·대각선에 있던 학생들만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확진 학생과 접촉한 모든 학생들이 검사 대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해도 되는지 여부를 물어 오는데, 관련 규정이 매우 복잡하다. 동거인이나 본인이 PCR 검사자인지, 확진자인지, PCR은 음성이지만 밀접접촉자인지, 고위험 기저질환이 있는지, 의심증상자인지, 백신을 접종했는지 여부를 다 따져야 한다. 또 각각의 사례에 따라 출결 증빙 자료로 PCR 음성확인서, 신속항원검사 결과 확인서, 격리 통지서 중 하나를 받아야 한다.
만약 동거인이 확진됐으나 본인은 음성이고 접종을 한 경우라면 등교 의무가 생기나, 전염 가능성을 우려해 등교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가정 학습을 쓰고 체험학습 신고서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규칙을 일일이 안내하고 집행하는 일, 개별 학급의 방역 책임이 모두 개별 교사들에게 내맡겨져 있다. 나 같은 경우 그런 처리를 해 줘야 하는 학생들이 34명인데, 코로나 확진이 되고 나서 격리 해제까지 7일이 걸리고, 또 다른 아이가 확진이 되는 상황에서 너무 헷갈리고 일일이 챙기기가 힘들다.
그것도 모자라, 안 그래도 바쁜 학기 초에 학교가 방역 기준을 임의로 바꾼 탓에, 우리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 책상에 달린 가림막을 제거하고, 가림막을 떼어낸 책상을 일일이 닦고, 떼어낸 가림막을 처리하는 일들도 해야 했다. 가림막을 일일이 설치하게 할 때는 언제고 말이다. 그 사이에 가림막의 방역 효과가 떨어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관리자는 내가 남들보다 불안해 하고 예민하다고 말한다. 내 동료 교사 하나는 “코로나 내년쯤에는 다 끝나지 않겠어요? 이제 끝물인 것 같은데” 하고 말한다. 뉴스에서는 3월에 코로나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내가 꿈 속에 있는 것인가 괴리감이 든다. 한편에서는 수천만 원의 코로나 치료비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는 상황인데, 학교에서는 코로나를 독감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학교가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것은 정부가 책임은 개인에게 다 떠넘기고 방역을 사실상 포기한 것 때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