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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반발에 부딪힌 아프가니스탄 난민 혐오 조장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그 후 4월 초 울산에서 SNS를 통해 동영상 2개가 돌았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도로 가에 주차된 차 옆에서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SNS상에서 몇몇 사람이 아이가 차를 턴다고 추측하며 난민 혐오 발언을 했다. 한 우파 언론은 이를 기사화해 혐오를 부추겼다.

나도 영상을 보며 아이의 행동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아이를 도둑으로 볼 수는 없었다. 우선 도둑이라고 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렸다. 또한 차 안에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도둑질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얼마 뒤 이 아이가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과 그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이 알려졌다. 그러자 혐오 발언이 쏙 들어갔다. 우파 언론도 해당 기사를 황급히 내렸다.

난민 어린이를 비난하며 편견을 부추겼다가(왼쪽),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서 삭제된 언론 기사(오른쪽)

인터넷 게시판에는 난민 혐오를 반대하는 글도 올라왔다. “뭔 기자들이 팩트 체크도 안 해보고 혐오를 부추기고 다닐까요”, “진짜 혐오의 대상 기레기들이 가짜 혐오를 남발하고 있죠”, “우리 나라에도 차에 낙서하는 애들도 있고 별의별 특이한 사람이 다 있습니다. 한두 명 이상한 걸 가지고, 프레임 짜서 전체가 그렇다고 몰아가는 짓은 지양합시다”.

주변 사람들과 난민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때에도 난민 혐오가 전반적인 정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시

어린아이의 특이한 행동을 양방향에서 녹화하고 유포한 사람들과 혐오 발언을 하는 일부 사람들에 대해 참으로 화가 났다. 이 정도면 그들을 감시하는 수준이다.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생활하는 것이 답답하고 무서울 것 같다.

난민들은 이렇게 감시하고 적대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제국주의 강대국이 일으킨 전쟁의 피해자다. 당연히 난민을 따뜻하게 맞이해야 한다.

특히 난민들이 세금을 낭비한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은 한국에서 일하며 이윤을 창출한다.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무기를 사는데 수십·수백조 원의 돈을 사용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금 낭비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자녀 중 장애인이 4명 있는데 아직 장애인 등록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나 자랑하며 데려온 것에 비하면 정부의 지원이 신속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 주민이다. 내 딸은 난민이 있는 반의 바로 옆 반이다. 난민이 이렇게 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내 딸이 난민들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나도 난민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들이 회사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 나설 것이다. 그것이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4중 위기(경제, 지정학, 감염병, 기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위기의 책임은 지배계급에게 있다. 난민 차별과 혐오는 이런 위기가 낳는 고통의 책임을 지배계급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돌려 노동계급 내에 갈등을 일으키고 우리의 힘을 약하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난민 혐오뿐 아니라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지배자들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민들과 더 가깝게 지내며 그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도록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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