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주민 기고:
우리 동네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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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난민 391명이 한국에 왔다. 그들은 한국 정부가 파병한 군부대, 한국 대사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기지 안에서 한국이 운영한 병원 등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이다.
이 중 157명이 울산 동구 서부동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사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29명이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12개 협력사에 취업한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보금자리와 일자리를 구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난민들의 경력을 보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29명 중 의사가 4명, 약사 4명, 간호사 9명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 분야에 종사한 사람이 69퍼센트나 된다. 이 외에도 정보기술(IT) 2명, 통역 1명, 재무 1명, 운전 2명, 청소 2명, 경비 1명 등이며, 23명이 대학교 졸업자로 알려졌다. 이들이 정말 엔진기계사업부에서 일하는 것을 원했을까? 그리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지난달 현대중공업 사장 이상균은 물량이 늘었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라며, 난민 고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선심 쓰는 척하면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난민을 고용한다는 말로 들렸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난민이 울산 동구에 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그들이 SNS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주장을 보면, 이슬람 혐오를 바탕으로 난민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모여 있지 못하게 분산 배치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슬람 혐오에 반대해야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슬람을 획일체처럼 보는 것에서 비롯하는데, 편견일 뿐이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도 모순된 교리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예컨대 이슬람이 여성 차별적이라고 흔히 오해한다. 그러나 이슬람 교리에는 여성 차별적으로 해석될 구절들과 함께, 여성에게 관대하고 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으로 해석될 구절도 있다. 히잡과 부르카 착용도 여성의 굴종을 상징하는 게 아니다.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의미 등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것도 근거가 없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무슬림 인구는 약 26만 명이다. 그중 한국인도 6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한국에 테러가 일어났는가? 오히려 한국에서 테러 위험이 높아졌던 때는 한국 정부가 서방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협조했을 때였다.
이슬람 혐오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이 중동에서 석유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침략 전쟁을 하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인종차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ISIS나 탈레반이 성장한 것도 미국과 서방의 침략 전쟁이 낳은 참상에 원인이 있다.
침략 전쟁에 일조한 한국 정부의 책임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이들을 억지로 분산시키라는 요구도 너무 가혹하다. 정든 고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아 머나먼 한국 땅에 왔는데 함께 온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야 서로 의지하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엔진기계사업부에서 일하고 적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로 보인다. 정부는 이 난민들이 자신의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도탄에 빠뜨린 침략 전쟁에 일조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업시켰다고 손놓을 것이 아니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이직을 원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있으면 적극 협력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