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과 세계적 파장, 전쟁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 서방의 제재와 개입은 왜 대안이 아닌지, 전쟁을 끝낼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현재 전쟁에서 서로 적대하고 있는 나라인 미국·영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내는 전쟁 반대 목소리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끔찍한 파괴를 낳고 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이에 분노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
그러나 러시아를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옛 식민지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공일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자기 동맹국들을 데리고 벌이는 제국주의 간 충돌이기도 하다. 이 전쟁은 제2차세계대전 이래 처음으로 강대국들이 직접 충돌할 개연성을 상당히 높였다. 전쟁을 저지하려면 러시아뿐 아니라 서방의 노동계급 운동도 자국 지배자들의 전쟁 노력에 맞서야 한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문제로 협소하게 보는 널리 퍼진 견해와는 달리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 이 전쟁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발전시킨 제국주의론에 기초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로 적대하고 있는 국가의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러시아,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그리고 한국의 혁명적 좌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긴급 토론회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교류를 통해 이런 목소리를 모을 수 있었다. 특히 푸틴의 엄혹한 탄압에도 반전 운동에 참여해 온 러시아 혁명적 좌파의 주장은 깊은 울림을 준다.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의 발전에 공헌이 큰 세계적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이 책의 빛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저명한 좌파 인사들인 폴 메이슨, 질베르 아슈카르와의 논쟁에서 캘리니코스는 러시아에 맞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서방을 지지해야 한다거나 이 전쟁이 제국주의 전쟁이 아니라는 주장을 예리하면서도 차분하게 반박한다. 이 논쟁은 유사한 주장이 널리 퍼져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최근 수십년의 정치 경제 상황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는 장점도 있다. 강대국 간 경쟁의 무대가 돼 온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소련 붕괴 이후의 상황을 알면 이번 전쟁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점은 우크라이나가 낯선 한국의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동자 연대〉를 꾸준히 읽어 온 독자라면 본지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이미 봤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 책에는 본지에 실리지 않은 논문도 포함돼 있다.
이 책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비극을 끝내고 더 큰 전쟁의 위험을 물리칠 운동을 건설하는 데 좋은 무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