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 노동조건 개악 시도:
인건비 줄여 수익성 높이려는 우정사업본부
〈노동자 연대〉 구독
우정사업본부의 택배 노동자 조건 개악 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5월 30일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 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했고, 6월 2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우정사업본부 규탄 회견을 진행했다.
우체국 위탁택배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마다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최근 사측은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과 징계·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새 계약서(7월 1일자로 시행)를 들이밀었다.(자세한 내용은 ‘우체국 택배: 임금 삭감과 쉬운 징계·해고 추진하는 우정사업본부’ 기사를 참고하시오.)
사측은 새 계약서(안)에서 기존 단체협약에 명시한 물량 기준을 완화했고, 우편물 감소나 사업 환경 변동 시 기준 물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건당 수수료(배송하는 물건당 수수료)가 임금의 거의 전부인 택배 노동자들로서는 사측의 물량 조정에 따라 임금이 깎이고 불안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새 계약서(안)에는 관리자들의 통제(택배차량에 노조 현수막 게시 금지, 정해진 규격 외 물품 배송 거부 금지 등)에 따르지 않으면 더 쉽게 업무를 일시 정지시키거나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은 “한마디로 우리를 노예로 만들겠다는 계약서다. 기가 막힌다” 하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5월 30일 간부 결의대회에서 김규행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전주지회장은 이렇게 성토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만큼 일을 하겠다고, 노조를 결성해서 개선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계약서는 뭡니까? 말 안 들으면 언제든 짤라 버리고, 죽든 말든 물량 있으면 하고 없으면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비용 줄이기
우정사업본부가 공격에 나선 것은 인건비를 줄여, 경쟁이 치열해지는 택배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우편사업 경영수지에서 간만에 흑자를 냈다. 택배 요금 인상과 택배 물량 확대 덕택이었다. 지난해 우체국 택배 물량은 전년보다 4.9퍼센트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우정사업본부는 늘어나는 택배 물량을 비정규직(특수고용)인 위탁택배원들을 늘려 배송해 왔다. 2021년 9월 기준, 우체국 위탁택배원 숫자는 3778명으로 2016년 1870여 명보다 갑절로 늘었고, 배송 택배 물량은 1년에 1억 3300만여 통으로 2016년보다 약 60퍼센트 늘었다. 전체 우체국 택배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체국의 총 우편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 택배를 제외한 나머지 우편 물량이 줄고 있어서다. 올해는 29억 통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3년(44억 통)보다 35퍼센트 넘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 측은 전체 우체국 택배 물량 중 위탁택배원들이 배송하는 물량을 50퍼센트 내외로 줄여 비용을 삭감하려고 한다. 위탁택배원들에게 지급되는 건당 수수료(인건비)는 아끼고, 여기서 남는 물량은 (고정급을 받는) 정규직 집배원들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택배·집배 노동자 모두 쥐어짜기
이미 “사측은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서 7월 1일 재계약 이후부터는 [위탁택배원들에 대한] 전국적인 물량 제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동시에 사측은 집배원 중 화요일~토요일 택배만 배달하는 인력을 늘리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그동안 집배원 노동자들은 택배 물량을 집배원에게 떠넘기는 방안에 반대해 왔다. 인력 충원은 없는 상태에서 일부 집배원들이 택배 전담으로 빠지게 되면, 남은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은 늘고, 노동강도는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집배원들은 ‘겸배’(인력이 부족할 때 동료 물량을 대리 배달하는 것)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결국 사측은 위탁택배원들과 정규직 집배원 모두를 희생시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택배 배송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우체국 위탁택배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도 임금 삭감을 더 손쉽게 하려는 시도이다. 지난해 6월 ‘택배 노동자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를 위한 택배노조 파업에서,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은 여의도우체국 로비에서 사흘간 점거 농성을 하는 등 선봉에서 투쟁해 왔다. 사측은 이런 노동자들을 택배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여기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택배노조가 성장하면서 이제는 무시 못 할 세력이 됐습니다. 그러자 자신들의 통제력을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입니다.”(이성규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울산우체국지회장)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은 “반드시 새 계약서를 막아 내겠다”며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며칠 만에 투쟁기금 10만 원 동의서와 계약서 작성 위임장(노조에 개별 계약서 작성을 위임) 제출에, 우체국 조합원 2700여 명 중 95퍼센트가량이 동참했다.
노조는 6월 9~10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하고, 13일 전국 총력 결의대회와 14일 1차 경고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사측의 개악 시도를 성공적으로 막아 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