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 노동자:
임금 삭감, 노동통제 강화에 맞서 투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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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의 임금 삭감과 쉬운 징계·해고 추진에 맞서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 등 투쟁을 결의했다.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조합원 2500여 명 중 90퍼센트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해 70퍼센트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은 2년마다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위·수탁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배달하는 물건당 받는 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이고, 차량 임대비와 유지비 등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2년에 한 번 재계약이 돌아오다 보니 이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진짜 사장인 우정사업본부는 정부기관으로서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틈만 나면 비용을 절감한다며 노동자를 더 강하게 통제하려 해 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6월 서명한 ‘택배 노동자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에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 작업을 시키지 않거나 분류 작업을 하면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비용을 마련한다며 택배 요금도 올렸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기존 급여에 분류 작업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분류 작업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7월부터 분류 인력 충원으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에서 손을 떼게 되면, 오히려 기존 급여에서 분류 수수료만큼 차감(상자당 111원)하겠다고까지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합의 이행은 고사하고 개악된 새 계약서를 들고나왔다(7월 1일자로 시행). 새 계약서를 보면, 택배 물량을 사측이 임의로 조정해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 또 관리자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일정 기간 업무 정지)와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다(경고 4회 시 계약 해지). 그리고 “정책 변화, 물량 감소, 폐업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노동자들은 경유비가 폭등하고 물가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사측의 공격에 분노하며 항의에 나섰다. 며칠 만에 조합원 대다수가 투쟁기금 10만 원 동의서와 계약서 작성 위임장(노조에 개별 계약서 작성을 위임) 제출에 동참했다. 간부 결의대회와 지역별 규탄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사회적 합의’도 안 지키는 우정사업본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우정사업본부는 한 발 물러서 노동자들에게 기존 물량을 그대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무 정지 기간을 조금 줄였을 뿐 쉬운 징계와 해고는 철회하지 않았다. 또, 평균 건당 14원이 삭감된 배송 수수료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 기준 물량으로 노동자 1인당 임금이 매달 6만 원가량 삭감된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 노동자가 파업에 나서면 집배원을 동원해 대체 배송에 나서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정규 집배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과로사가 이어져 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장차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하는 택배 물량을 줄여 나가고(비용 절감), 남는 물량을 고정급을 받는 집배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와 집배원은 같은 사용자에 맞서 단결해 싸워야 한다.
6월 13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 명이나 모여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했다. 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6월 18일 1차 경고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개악안이 철회될 때까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