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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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2023년)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대비 460원(5퍼센트) 인상이라고 하지만, 물가 상승률에 못 미쳐 실질임금은 삭감되는 것이다.
사용자 위원들과 민주노총 위원들은 퇴장하고 공익위원과 한국노총 위원들의 표결로 확정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번 달에 6퍼센트대 물가상승률이 예고된다고 했다.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금리도 4퍼센트대로 올라서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전기·가스비까지 올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4개월이 넘도록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물가와 유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장바구니 들기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개악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까지 고려한다면, 적잖은 노동자들의 경우 실질임금 삭감 폭이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최저임금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는 최대 343만 7000명(전체 노동자의 16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경영계는 이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난리다. 경영계는 동결을 고수하다가 겨우 100원 인상한 9260원을 수정안으로 내놨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경영계는 노골적으로 임금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든 삭감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꺼내든 ‘노동 개악’도 그런 정책의 일환이다.
경영계는 애초에 업종별 차등 적용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표결에서 공익위원의 의견이 갈려서 차등 적용 논의가 좌절됐지만, 표결 이후 공익위원들은 정부에 업종별 차등 적용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라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앞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다.
민주노총은 시급 1만 340원을 최종안으로 냈고, 이후 표결에서 항의하며 퇴장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쟁점이 민주노총의 주요 산하 노조들과 별 관계가 없다는 부문주의적 발상 때문에, 이번에도 조합원 대중을 동원하지 않았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경제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