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난민 농성에 대한 연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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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환영한다”, “Refugees Welcome”, “난민 즉각 인정하라!”
7월 23일 법무부 앞 이집트 난민들의 텐트 농성장에 힘찬 구호가 울려 퍼졌다. 노동자연대 지지자들이 난민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먼저, 지지 방문자들은 이집트 난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난민들은 한국 정부가 강요하는 열악한 처우를 생생하게 폭로했고, 참가자들은 이에 공감하고 분노하며 연대의 뜻을 다졌다.
농성하고 있는 이집트 난민들은 수년째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여러 명이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은 것을 계기로 지난 6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22일에는 농성장에서 동료 이집트인들과 한국인 연대 단체 등 40여 명이 집회를 열고, 국회 앞으로 이동해 팻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관련 기사 : 이집트 난민들: 법무부와 국회 앞에서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다)
간담회 자리에서 이집트 난민들은 농성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한국에서 도저히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어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농성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우리에게 준 선택지는 서서히 탈진하는 것과 이집트로 돌아가는 것 두 가지뿐입니다.”
농성 중인 난민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 넘게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난민 심사를 위한 조사조차 수년째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국 정부가 무슨 기준으로 난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서 같이 농성을 시작했던 한 명은 네덜란드로 가서 13일 만에 난민 인정을 받았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난민 인정 사유가 차고 넘칩니다.”
한없이 지연되는 난민 인정은 난민들에게 경제적 어려움과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준다.
“6개월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한국에 산 지 8년이 됐습니다. 매번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해서 불안정합니다.”
“[체류가 불안정해서] 제대로 된 일을 못 구하면 일당으로 받는 알바를 해야 해요. [그런 일은] 워낙 고돼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그마저 못 하게 됩니다.”
한 난민은 김천의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다, 고된 노동과 지속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져 3일간 무의식 상태였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는 것도 이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한다.
“난민 신청자들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아내가 출산해야 하는데 정부 지원이 전혀 없어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맞아야 할 각종 백신도 유료로 맞아야 해요.”
이집트의 엄혹한 정치 상황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2016년 말레이시아에서 가족들과 상봉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당국이 출국하려던 아내의 여권과 비자를 눈앞에서 찢어 버렸고, 10시간 동안 공항에 붙잡아 두고 조사하며 ‘남편한테 너를 찾고 있으니 이집트로 돌아오라고 전하라’고 협박했습니다. 그 후 아내는 매달 경찰서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산가족이 된 경우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농성하는 난민 중에는 5~7년 동안 이집트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난민들은 팔과 얼굴 등 곳곳에 남아 있는, 고문이나 시위 중에 당한 부상의 흔적을 직접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울분을 토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난민들의 신원이 이집트 당국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난민법에는 난민에 대한 정보를 출신국에 알리지 못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난민 심사를 받을 때마다 이집트에서 일가친척들이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두 명이 그런 게 아니에요.”
1시간 반가량 이어진 간담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준비해 온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난민들과 함께 약식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시립대 난민·이주민 연대 동아리 ‘리프렌즈’를 운영하는 양선경 씨는 난민과 한국인들이 함께 연대해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난민들이 한국 정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에 항의하고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이 연대하자, 그때서야 한국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해 준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싸움은 용기 있고 의미 있는 싸움입니다.”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 이재혁 씨는 연대 메시지들이 빼곡하게 붙은 종이판을 난민들에게 전달했다. 이 연대 메시지들은 지지 방문 하루 전에 열린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이 주최한 토론회 참가자들이 모은 것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청년·학생들은 연대 메시지를 쓰자는 제안에 흔쾌히 호응해 줬습니다. 난민 인정을 해 주지 않는 한국 정부에 분노했고, 이집트 난민 여러분이 하루빨리 난민으로 인정받고 우리 이웃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대통령 같은 권력자나 거대 기업 사장들에게는 국경을 활짝 열어 환영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전쟁과 박해와 가난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들에게는 너무나 매몰찹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인들도 돈 있고 힘있는 자들과 노동자·청년 학생들을 차별합니다.”
농성 중인 난민의 어린 자녀는 준비한 한국어 발언문을 읽었다.
“저희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부모님이 진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서입니다. 저는 학교를 좋아하고 빨리 등교하고 싶어요. 저의 어린 시절을 죽이지 말아 주세요.”
마음 아픈 이야기였지만, 명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격려했다.
참가자들은 이집트 난민들과 함께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지지 방문을 마무리했다.
이집트 난민들은 난민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힘든 농성을 이겨 내고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