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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집트 난민들의 난민 인정 요구 거부

8월 10일 법무부가 이집트 난민들의 난민 인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집트 난민들은 법무부 앞에서 한 달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이집트 난민들은 난민 보호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째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도, 적절한 일자리도, 가족과의 상봉도 없이 수년 동안 법무부의 난민 인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이지 고통스러운 삶이다.

이에 이집트 난민들은 7월 6일부터 법무부 앞에서 폭우와 폭염을 견디며 농성을 벌였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와 서울 도심 행진도 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알려 왔다.

법무부가 답변을 주기로 약속한 8월 10일 오후 3시가 됐는데도 법무부의 답변이 없자, 이집트 난민들은 법무부 청사에서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그제서야 법무부 직원이 답변을 서면으로 전달하기 위해 내려왔다.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청사에서 나가라는 경찰에 항의하는 난민들 ⓒ박이랑

그러나 법무부의 답변을 확인한 이집트 난민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집트 난민들은 억압적인 이집트 정치 상황에 대한 국제 인권 단체들의 보고서를 고려해 자신들의 난민 인정과 함께 이집트 난민 수용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는데,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의 개별적 신청 사유와 전체적인 국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난민 인정 결정을 한다고 답했다.

“이집트가 안전하니 돌아가라”며 난민 인정을 거부하는 출입국관리 당국의 행태를 겪어 온 이집트 난민들은 법무부의 답변에 어이없어 했다.

2013년 쿠데타를 일으켜 대중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며 집권한 이집트 엘시시 정권은 수천 명을 살해하고 6만 명이 넘는 반정부 활동가들을 구속했다. 한 재판에서 수백 명의 사형선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개별적 난민 신청 사유와 이집트의 국가 정황을 고려한다는 법무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이집트 난민이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 불과 10여 일 만에 난민 인정을 받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법무부는 신속한 난민 심사 요구에 대해 “충분치 못한 난민 심사 인력, 코로나19 악화로 인한 난민 면접 일시 중단 등”으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난민은 이렇게 의심했다. “거짓말이다. 법무부는 우리 정치적 난민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세세하게 알고 있으며, 고의적으로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법무부는 난민에 대한 차별 대우를 중단하라는 요구에, 한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차별을 엄격히 금”한다는 위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난민 신청자들을 건강보험 같은 필수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배제하는 게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거부합니다” 법무부의 답변을 거부하는 이집트 난민들 ⓒ박이랑

이집트 난민들은 더는 법무부의 “기다려라” 하는 주문을 듣지 않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았지만, 법무부가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습니다. 농성을 지속, 확대할 것입니다.”

이집트 난민들의 난민 인정 투쟁을 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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