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개악 시도에 불만 터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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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집권 직후 강단 있게 파업해 정권의 지지율을 떨어뜨렸던 화물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 채비에 나섰다. 정부가 화물연대와 한 합의를 번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0월 22일 서울 도심 남대문로에서 결의대회(조합원 비상 총회)를 열었다. 8500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정부와 국민의힘이 “약속을 깨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왜 다시 파업에 나서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안전운임에 대한 반대 기조를 확실히 했습니다. 화주(기업주)들의 책임을 삭제하고, 처벌을 완화하는 개악에 나서려고 합니다. 지난 6월 총파업의 성과를 후퇴시키기 위한 보수 정부와 자본의 공세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6월 14일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유가 변동 상황 등을 반영해 최소한의 운송료 수준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지속 유지”하고 그 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는 노골적으로 기업주들을 편들며 합의를 파기하려고 한다. (관련 기사: 본지 437호 ‘합의 번복하려는 윤석열 정부 — 화물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을 하려 하다’)
이는 정부가 본격화하고 있는 개악 공세의 일부다. 정부는 경제 위기 심화 등 다중의 위기 속에서 연금 개악, 노동 개악, 공공부문 효율화(민영화와 구조조정) 등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개악해 기업주 범죄에 대한 처벌도 완화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이재명을 정치 자금 수사로 정조준하고 공권력 강화를 꾀하는 것도 낮은 지지율 위기를 권위주의적으로 타개하고, 개악 공세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본지 437호 ‘윤석열 정부의 이재명 대선자금 수사는 법치 앞세운 권위주의’)
대전에서 부산까지 수출입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노동자는 말했다. “윤석열이 민주당을 압수수색하고 이재명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이러다간 정말 우리 것(안전운임제)도 빼앗길 수 있겠다.”
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가 생활 수준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라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 운송료 인상 효과를 내는 안전운임제가 폐지되거나 개악되면 생활고를 이겨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광주에서 건설 자재를 실어 나르는 노동자는 말했다. “건설 경기가 나빠서 일감이 줄었어요. 그래서 월수입이 100~200만 원이나 줄었죠. 안 그래도 유가가 크게 올라 손해를 보고 있는데 경기까지 나빠지니까 힘드네요.”
부산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노동자는 화물차를 구입할 때 생긴 은행 빚이 금리 인상 탓에 불어났다며 “안전운임제마저 사라지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에서 카고 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는 “고유가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즘 유가가 내렸다고 하지만, 사실 아직도 리터당 1700원대입니다. 2000원씩 하던 때보다야 나아졌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보통 1300원씩 했거든요. 국제유가가 또 오를 거라는 보도를 보면서 한숨만 나왔어요. 살기가 정말 팍팍합니다.”
이날 대회에서 노동자들은 만장일치로 ‘총파업 결의문’을 채택했다. 파업 투쟁을 위한 조직을 시작하고, 지도부의 지침이 있을 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