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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경제의 혼란은 브렉시트 때문인가?

ⓒ출처 Christoph Scholz(플리커)

영국 정치권에서 벌어진 부조리하고 파괴적인 소동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비롯한 것일까? 소셜미디어를 보면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2016년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때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한 많은 사람들은 현재 보수당이 처한 곤경을 가리키며 역시 자기가 옳았다고 느끼고 있다.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1990년 11월 마거릿 대처가 총리직에서 쫓겨난 이래 보수당은 언제나 유럽 통합에 대한 태도를 놓고 첨예하게 분열했다.

대처의 후임자인 존 메이저는 1992년 파운드화가 유럽 환율 메커니즘에서 밀려난 후 소수의 보수당 우파 평의원들에게 계속 발목을 잡히다 1997년 5월 총선에서 노동당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이런 패턴은 그 후에도 되풀이됐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보수당 우파들을 입 다물게 할 요량으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캐머런의 도박은 화려하게 실패했고, 캐머런은 총리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후임자 테리사 메이의 정부는 강경한 방식으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라는(하드 브렉시트) 요구 때문에 갈수록 마비됐다.

다음 총리가 된 보리스 존슨은 유럽연구그룹[ERG, 유럽연합 탈퇴 지지 보수당 의원들의 모임]의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캐머런이 편 긴축 정책을 비판했다. 덕분에 노동당의 아성이었던 북잉글랜드의 “붉은 벽” 선거구들에서 지지를 얻어 2019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존슨은 자신의 정부를 무너뜨릴 우파가 따로 필요 없었다. 그 일을 제 손으로 해내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보수당이 존슨의 후임자를 정하려고 숱한 파벌들로 쪼개져 쟁투에 휩싸인 덕에 리즈 트러스가 총리가 될 수 있었다. 트러스는 2016년에는 유럽연합 잔류파였다가 기회주의적으로 ERG 진영에 합류한 자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러스와 재무장관 쿼지 콰텡이 고안한 재앙적인 감세 정책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것은 많은 우파가 지지한 브렉시트 프로젝트의 결실로서, ‘주권’에 대한 신념을 유럽연합 탈퇴 이후의 미래상과 연결한 것이었다. 우파들은 유럽연합이라는 초국가적 규제 지옥에서 벗어난다면 작은 정부, 낮은 세금, 느슨한 규제가 특징인 경제를 통해 영국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트러스의 감세 정책에 금융 시장이 요동친 이유는 브렉시트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 올해 초부터 각국 중앙은행들은 세계 경제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끌어올렸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약화시킬 만큼 실업을 늘리려는 것이다.

그 결과 실질 임금이 떨어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완화되지 않았다. 천연가스를 둘러싼 국제적 경쟁 격화 등이 인플레이션의 진짜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 몫은 늘어날 것이다. 이런 형태의 계급 전쟁이 선진국 세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의 부작용 하나는 팬데믹이 낳은 경제적 혼란을 헤쳐 나가려고 돈을 빌린 정부들이 더 비싼 이자를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멍청이 프리미엄”

영국의 특수한 문제는, 트러스와 콰텡의 감세 정책을 추진하려면 안 그래도 부채가 비싸지는 마당에 정부가 450억 파운드[약 74조 원]를 더 빌려야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이 국채(영국 정부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보다 비싸졌다. 트러스와 콰텡 덕분에 〈텔레그래프〉 지가 말한 “멍청이 프리미엄”이 국채 수익률에 더해진 것이다.

이는 영국 정부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알파빌” 칼럼의 계산에 따르면, 이 “멍청이 프리미엄”은 전체 국채 이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5년 동안 이 할증금을 내는 데 168억 파운드[약 27조 6000억 원] 규모의 공공지출이 추가로 쓰일 것이다.

[재무장관] 제러미 헌트가 24일에 발표할[캘리니코스의 이 글은 그 전에 쓰여졌다 — 역자] “재정 계획”의 내용은, 300억 파운드[약 4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공공지출 삭감으로 금융 시장을 안심시키는 것일 것이다. 이 가일층의 긴축은 인플레이션이 낳은 고통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단적인 우파 경제학자 앰브로즈 에번스-프리처드가 〈텔레그래프〉 지에서 지적했듯이, “경기후퇴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허리띠를 세게 졸라매는” 정책은 거시경제학적으로 볼 때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긴축에 대한 [지배계급의] 지지가 브렉시트를 둘러싼 [그들의] 대립을 초월하는 것을 보라. 예컨대 헌트는 유럽연합 잔류파였다.

이 재앙적인 경제 정책 전환은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리시 수낙이 [10월 25일] 총리가 되면서 더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브렉시트로 산산조각 난 보수당은 이제 더 큰 폭풍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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