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집권도 하기 전에 배신하는 영국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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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영국 정치에서 중요한 사건이 셋 있었다. 가장 나중의 사건인 니콜라 스터전[스코틀랜드 국민당(SNP) 대표]의 체포는 다른 데서[〈소셜리스트 워커〉 신문, 제2859호, 2023. 6. 12의 다른 기사를 말함]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은 보리스 존슨[전임 총리, 2019년 7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재임]의 의원직 사임이다. 존슨은 [‘파티게이트’ 진상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더 불명예스럽게 쫓겨나기 전에 알아서 의원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두서 없이 투덜거리고 진실을 호도하며 사의를 밝힌 존슨은 “일단은” 떠나지만 두고 보라는 식으로 을러댔다. 그러나 존슨이 복귀를 도모할 만한 평판과 지지를 누리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이 점에서 존슨은 도널드 트럼프와 다르다. 트럼프도 지난주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앞길을 뒤덮은 수많은 기소장들은 십중팔구 그의 거대한 극우 지지 기반을 강화시킬 것이다. 트럼프는 경력을 쌓는 내내 법정 다툼에 이골이 난 자이고, 이번에 기소된 사건들의 처리 절차를 한없이 질질 끌 것이다.
게다가 설령 유죄 평결이 내려지더라도 트럼프는 최근 사망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그의 사망은 기쁜 소식이었다)처럼 어떻게든 교도소행을 면할 공산이 크다.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수사를 더 쉽게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영국 보수당 내에도 트럼프 세력에 비견할 만한 자들이 있지만, 수엘라 브래버먼[현 내무 장관] 등 보수당 지도자들은 존슨을 돕기보다는 자신의 야망에 몰두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존슨은 취약하고 분열돼 있는 리시 수낙 정부를 여전히 괴롭힐 수는 있다. 존슨과 그의 동맹자들은 [손발을 맞춰 함께 의원직을 사퇴해] 보수당으로 하여금 보궐 선거를 치르게 하느라 여념이 없다. 선거가 열리면 보수당이 이기기 쉽지 않은데도 수낙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보수당의 이런 난맥상은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개연성을 높인다. 이것은 이 글 서두에서 말한 세 가지 중요한 사건 중 세 번째 사건으로 이어진다. 지난주 초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스타머 프로젝트: 노동당의 놀랄 만큼 대담한 경제 정책.” 이 기사가 나오기 전, 노동당의 예비 재무장관인 레이철 리브스는 미국을 방문해 [5월 24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설을 통해] 노동당의 경제 정책을 부각시켰다.
그 정책의 핵심은 2021년 9월에 스타머가 개괄한 바 있는데, 2030년까지 해마다 280억 파운드[약 45조 원]를 차입해 탈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쓰자는 것이다. 즉, 풍력 발전과 주택 단열, 배터리 공장 건설 등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에는 핵발전도 포함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제안이 스타머의 “사회적 보수주의”와 대비를 이룬다고 평한다. 여기서 그 신문이 말하는 “사회적 보수주의”는 이민자나 국방, 범죄 등의 문제에서 보수당보다 한술 더 뜨려고 애쓰는 것을 말한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인용하는 한 노동당 고문은 스타머의 계획이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더 심화시킨 버전”이라고 주장한다. 전 노동당 대표 에드 밀리반드의 주도로 고안된 그 계획은 실로 바이든 정부가 경제 기류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를 잘 보여 준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획자들은 꾸준히 국가 개입을 추구해 왔다. 이를 통해 경제를 재편하고 미·중 간 제국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은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탄소 의존을 줄이는 데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한다.
지난 6월 8일 바이든과 수낙이 발표한 “대서양 선언”은 강경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영국 정부도 다른 나라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자국 기업들이 그 보조금의 일부를 차지하게 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실 노동당의 현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상대적 규모 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보다 훨씬 야심 찰 것이다. 영국 노동당의 녹색 보조금은 연간 280억 파운드에 달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조금 규모는 295억 파운드이지만, 미국은 인구가 영국의 다섯 배이고 국내총생산은 여덟 배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가 정부 차입안은 런던 금융가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기 시작했다. 노동당은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신자유주의 “재정 준칙”을 적극 받아들인다. 한 “스타머의 보좌관”은 “녹색 성장 계획과 재정 준칙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재정 준칙이 우선할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스〉)
아니나 다를까, 6월 9일 리브스는 노동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면 차입 “증대”는 매년 점진적으로 벌어질 것이며 “첫 임기 후반”이 돼서야 연 280억 파운드라는 목표액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아디트야 차크라보티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비꼬았다. “지구의 운명과 순 엉터리인 재정 신뢰성 개념, 둘 사이의 선택에서 우리는 언제나 후자를 택할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