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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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철군! 나토 개입 중단! 윤석열 정부의 군사 지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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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서울 보신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의 전쟁 지원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9개월 넘게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와 미국·나토는 전쟁을 더 위험한 수준으로 끌고 가고 있다.
얼마 전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벌어진 소동은 이 전쟁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질 위험성을 잘 보여 줬다. 지난 3월, 5월 서울 반전 집회 참가자들이 경고한 확전 위험이 더 현실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와 서방 모두 전쟁을 금방 끝낼 생각이 없다. 푸틴은 청년들을 추가로 징집하고 ‘핵 버튼’을 만지작 거리면서 이번 전쟁에서 쉽게 물러날 뜻이 없음을 보였다. 서방 열강도 고물가, 고금리, 기후위기에 아랑곳않고 더 많은 파괴와 살상을 위해 무기와 돈을 아낌없이 퍼붓고 있다.
한편, 미국의 동맹국들과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이 군비를 늘리며 불안정성을 키우는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된 무기도 잔뜩 수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실제로 후방에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반쯤은 인정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러시아 철군, 미국과 나토의 개입 중단만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외치고 윤석열 정부의 무기 지원·수출을 비판했다.
연단에서는 이원웅 노동자연대 활동가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한국의 반전 운동이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를 강조했다.
“외신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우크라이나로 갈] 포탄을 수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런 소식을 외신을 통해 알아야 하는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것입니까? 또,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 같은 나라에 포탄을 보낸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게다가 …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떨어진 재고를 채워 준 것이니 국방부의 해명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합니다.
“지금 이 전쟁은 러시아만 벌이고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도 전쟁을 벌이고, 한국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야만과 혼란 속에서 우리의 몫을 하기 위해 모이신 분들은 정말 소중한 분들입니다.”
이어서 이집트 난민 세이디 무함마드 씨가 발언했다. 한국 법무부 앞에서 난민 지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그는 함께 농성 중인 다른 이집트인 난민 가족들과 같이 집회에 참가했다.
“전쟁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 야만적인 환경에서 자라도록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다른 나라를 전전하는 난민들이 돼야 했습니다.”
무함마드 씨는 모든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국가 지도자들이고 희생당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뿐이라고 역설하며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그와 이집트 난민 가족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대학생 오수진 씨는 자신이 윤석열 퇴진 운동에도 참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은 윤석열이 퇴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무기 지원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윤석열은 무기 팔아 돈 벌고, 미국과 나토 편에 더 가까이 붙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 안전에는 관심 없는 윤석열 때문에 이태원에서 제 또래 158명이 희생당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전쟁 지원으로 수많은 청년들의 삶이 또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차도로 나가 시청 광장으로 행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은 위기가 심각한 만큼 많은 행인들이 관심을 보였고, 일부는 “잘한다!” 하면서 함께 손을 쳐들기도 했다. 시청 인근에 모인 서울민중대회 참가자들도 행진 대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 시위와 행진을 지켜보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더라도 “왜 시위하는 거야?”, “한국이 방산 수출하잖아”라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랫동안 서서 연설을 들으면서 생각을 곱씹는 이들도 있었다. 시위와 행진이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과 한국 정부의 구실에 관해 물음을 던지게 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목소리가 커질수록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은근슬쩍 숨기거나, ‘K-방산’의 성과로만 포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바라고 한국 정부의 나토 지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반전 운동 건설에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