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중국에 맞선 동맹을 구축하려 안간힘 쓰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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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틀림없이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과 대화할 태세가 돼 있다. 푸틴이 전쟁을 끝낼 방도를 찾는 데에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인들의 말과 본뜻이 사뭇 다른 전형적 사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통치자들 중 어느 쪽도 이 시점에 협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인다는 징후는 없다. 양측은 모두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협상할 때가 되면(그럴 때가 오긴 한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징후도 없다.
바이든이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맥락을 봐야 한다. 바이든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유럽연합의 양대 강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발트해 연안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말함 ─ 역자]만큼 이 전쟁에 열광하고 있지는 않다.
프랑스와 독일은 분명 반(反)러시아 동맹의 일부지만,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하루빨리 전쟁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최근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는 전쟁이 끝나면 “유럽의 평화와 안보 질서의 기반이 된 … 합의들”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미국이 중화기를 쏟아붓고 병력을 맹렬하게 훈련시키는 것은 유럽의 세력 균형을 변화시키고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몇 달 전 분명하게 밝힌 바다.
미국에게 진정한 위협은 중국이다.
당면한 위협
바이든 정부는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이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상이한 도전을 제기한다. 러시아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체제에 당면 위협을 제기한다. … 러시아의 야만적인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그런 사례다.
“반면 중국은 유일하게 국제 질서 재편 의도를 갖고 그 목표를 달성할 경제적·외교적·군사적·기술적 역량을 갖춰 가고 있는 경쟁자다.”
바이든은 자신이 당장 핵전쟁을 전면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고 때가 되면 푸틴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독일·프랑스를 안심시키고자 한다. 그러면서 유럽을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에 동참시키려 한다.
미국이 이 전략을 위해 선택한 도구는 나토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는 불과 3년 전에만 해도 마크롱이 나토를 “뇌사 상태”라고 비난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이제 나토는 미국이 지도하는 동원의 최전선이다. “나토는 냉전에 대응해 창조됐다. 그리고 이제는 신냉전에 대응해 재창조되고 있다.
“미국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에게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이는 일부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깔린,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는 식의 논리는 매우 뚜렷하다. ‘우리가 러시아 문제에서 너희를 도울 테니, 너희는 중국 문제에서 우리를 도우라’는 것이다. … 프랑스·영국·네덜란드 같은 나토의 주요 회원국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같은 비(非)나토 동맹국들은 갈수록 사실상 나토 회원국이 되고 있다.”
지난주 나토의 최고 결정 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 회의가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유럽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그러나 중국이 자기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만을 다뤘다.
지난 8월, 당시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상당히 도발적인 대만 방문 이래 미 군부의 일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임박했을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거론해 왔다. 그동안 이 잠재된 충돌의 현장에 더 가까이 있는 미국의 [동아시아 ─ 역주] 동맹국들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서방 싱크탱크 ‘삼극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그룹 회의를 보도한 〈닛케이 아시아〉는 이렇게 평했다. “이 회의가 보여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미·중 갈등 심화 때문에 세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참가자들은 미국이 문제라고 본다. … 미국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수출하려 애쓰는 것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주된 근심거리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의 대대적인 노력이 미국의 동맹들을 결속시키기보다는 소원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