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윤석열 퇴진 촛불:
윤석열을 향한 식지 않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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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던 토요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제29차 윤석열 퇴진 집회가 열렸다. 또 한 계절이 지나고 있지만, 윤석열을 향한 분노는 여전했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은 윤석열의 3.1절 기념사에 크게 분노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 대한 항거를 기리기 위한 날, 윤석열은 그 항거 정신을 모욕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했다. 그리고 강제동원 문제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이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윤석열의 이 망언이 격한 분노를 일으키는 이유는 이것이 단지 역사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미국과의 동맹을 지렛대 삼아 일본과의 군사 협력도 늘려 왔다. 지난달 말에도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동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그것도 일본이 정한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에 독도 인근에서 말이다.
이런 방향 속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또 한 번 자국 정부에 의해, 한미일 동맹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무시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일본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들의 사죄와 배상 없이) 강제동원·징용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3.1절 망언은 윤석열이 이런 방향을 돌릴 생각이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친일 매국노 윤석열을 몰아내자,” “한미일 전쟁 동맹 반대한다,” “자위대에게 길 내주는 윤석열을 몰아내자”를 외쳤다.
윤미향 의원(무소속)은 연단에 올라 사죄한 적 없는 일본 정부와, 그에 항의하기는커녕 일본의 역사 날조에 동조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한편, 김은진 촛불행동 상임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가 좌절된 것이 촛불의 중요한 승리임을 강조했다.
이번 주 내내 많은 언론들이 민주당 내 이탈표에 주목하며 체포동의안 부결의 진정한 의미를 가리려 했다. 그러나 김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를 억누르려는 윤석열과 그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촛불 국민들의 싸움”에서 촛불이 이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체포하는 탄압의 연장선에 있음을 지적했다.
윤석열의 당면한 공격을 좌절시킨 데서 자신감을 얻은 듯, 이날 집회는 지난주보다 참가자도 늘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건설노조의 강한수 수석부위원장도 발언했다. 지난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집중 탄압을 받고 있는 건설노조를 응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지지 인증샷을 찍었었다. 건설노조가 이에 화답하며 촛불 집회를 찾은 것이다.
큰 환영의 박수를 받고 발언을 시작한 강 부위원장은 건설노조에 대한 윤석열 퇴진 촛불의 지지와 응원에 큰 감사를 표하고 윤석열에 맞선 저항을 다짐했다. 강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의 씨를 말리려 하지만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윤석열 정부가 정권을 내려놓을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강 부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힘찬 응원을 보내며 윤석열 정부의 괴롭힘에 저항을 시작한 건설노조에 동질감을 드러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동원해 퇴진 집회에 함께 한다면 윤석열 퇴진 운동과 건설노조의 투쟁 모두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촛불 자원봉사단 조희권 씨는 직접 쓴 시를 낭독했다. 윤석열 정부의 온갖 악행을 낱낱이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제1당의 대표에게 영장을 청구하고, 간첩단 사건도 만들어 내놓더니,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취급하고, 올바른 언론은 압수수색에 거듭된 영장 청구까지. 한없이 올라가는 생필품 물가에 대책은 없고, 올릴 수 있는 공공요금 모조리 올리더니 이제는 서민들의 소줏값마저 올리고 너희들 주머니 가득 채우려 부자들 세금은 깎아 주더구나.”
참가자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근방 등 종로 도심 일대를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계절이 바뀌었지만 윤석열을 향한 분노는 식기는커녕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