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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사건은 “계급 문제”다

정순신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이 6년 전 아들의 학교 폭력(학폭) 징계를 막으려고 소송을 벌인 일이 폭로되자 윤석열이 하루 만에 임명을 철회했다. 당시 정순신은 서울중앙지검 간부였고, 지검장은 윤석열이었다.

계급적 특권을 거리낌없이 행사한 정순신과 그런 자를 중용하려 한 윤석열을 향한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순신 아들의 왕따 행위와 폭언 내용도 끔찍하지만, 그런 아들을 감싼 정순신의 행태가 더 문제이다. 정순신에 대한 분노는 단지 자녀 교육을 잘못시킨 것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아니다.

많은 평범한 청년들은 또다시 드러난 특권층의 추잡하고 악독한 행태에 분노와 계급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버지가 고위 검사가 아니었다면 상상 못할 가해”였다며 “이 사건은 학교 문제가 아니라 계급 문제”라고 지적했다.

적반하장

정순신의 아들은 또래 학생을 상대로 1년여간 학폭(“제주도에서 온 돼지 새끼”, “빨갱이 새끼”,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행사했음이 인정돼 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정순신 부부는 적반하장으로 징계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징계 취소 행정소송까지 벌였다. 변호인은 정순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1심, 2심, 대법원 모두에서 정순신 측이 패소했다. 그러나 소송으로 시간을 번 덕분에 정순신 아들은 전학 징계 처분을 받은 뒤에도 1년 넘게 버젓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정순신 아들은 고3이 돼서야 전학 조치됐고, 그 뒤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는 동안 피해 학생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 공황장애 등을 겪으며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해나가지 못했고 성적도 크게 떨어졌다.

정순신 아들은 학폭위의 징계와 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징계에 관여한 해당 학교의 교사는 부모가 학생의 반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신은 법적 다툼에 대비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잘못 인정이나 사과 발언 등을 피하려 했던 듯하다.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 아들도 그렇게 안하무인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순신 아들은 평소에 힘센 ‘검사 아빠’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반면, 학교측이 조사한 보고서에 담긴 피해 학생 어머니의 진술은 이렇다.

“원고[정순신 아들]가 [기숙사] 방을 찾아와서 너무 힘든데 혹시 원고에게 뭐라고 말을 하면, 또 권력 얘기가 나오는데, 권력을 통해 해코지를 할 것 같아서 그냥 원고에게 아무 말 말아라 라고 아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게다가 정순신의 장인은 민주정의당(국민의힘의 전신; 독재자 전두환이 창당)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해 14·15·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진형이다. 조진형은 18대 국회에서 정몽준(현대중공업의 오너) 다음으로 재산이 많았다. 조진형은 의원 임기 동안 재산이 수십억 원 증가했다.

돈과 힘 있는 자들은 죄를 저질러도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운 좋으면 무죄를 받고, 혹은 무죄를 못 받아내도 피해자를 지루한 소송전으로 괴롭혀 합의금 몇 푼에 처벌 시도를 포기하게 만든다. 또는 유죄가 나와도 처벌을 최대한 늦춰 자신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정순신의 아들은 그런 방법으로 서울대에 진학해 아버지의 특권을 물려받으려 했을 법하다.

반면, 보통의 청년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복잡한 법적 절차와 수천만 원이나 드는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고 생계를 위한 경제 활동도 병행해야 하므로 소송에 전념할 수도 없다.

많은 청년들이 이런 특권과 불평등에 분노한다. 피해자가 오히려 불안과 좌절을 걱정하는 현실이 공정한 것이냐고 분노한다.

군색한 변명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인사추천권자인 경찰청장 윤희근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과 사전 의견 교환이 있었다.”

“인사 권한은 대통령실에 있고, 1차 검증은 법무부 인사검증단에서, 최종 검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다.]”

경찰청장이 대통령실과 사전 의견 교환을 했다는 것은 사실상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순신 인사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윤석열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정순신이 스스로 밝히지 않아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며 군색한 변명을 했다. 법무부장관 한동훈은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로 돌렸다.

그러나 KBS가 고위직 검사가 학폭을 저지른 아들을 비호하려 재판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던 2018년 당시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은 3차장검사, 정순신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함께 일했다.

또, 정순신과 한동훈은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인사 검증 실무진도 대부분 검찰 출신들이다.

정황으로 미뤄 볼 때 윤석열과 한동훈이 몰랐던 게 아니라 이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듯하다. 그보다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 경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앉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윤석열이 수사권을 이용해 정치적 억압을 강화해 대중의 불만과 투쟁을 억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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