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 개악 반대 투쟁:
350만 명이 파업과 시위에 참가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3월 7일 프랑스에서 일어난 대규모 파업과 시위는 큰 성공을 거뒀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에 따르면 350만 명이 행진에 참가했다. 중요한 물음은 그 다음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연금 개악에 맞선 저항의 일환으로 지난 수십 년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가 올해 이미 벌어진 바 있다. 1월 31일에 일어난 그 시위에는 280만 명이 행진했다고 노동조합들은 밝혔다.
3월 7일 시위는 그때보다도 규모가 크고 더 단호했으며, 활력과 분노도 더 컸다. 파리에서는 약 70만 명이 행진했다. 마르세유에서는 24만 5000명이 시위를 벌였는데, 지난달 세운 기록보다 3만 명이 더 는 것이다. 툴루즈에서는 12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 행진들이 얌전한 산책이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도시 전체를 점령하고, 시가지를 가득 메우고, 조용한 시골 동네를 격렬한 저항의 중심지로 바꿔 놓았다. 프랑스 남서부의 소도시 타르브에서는 인구 4만 3000명 중 2만 10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러한 모든 운동의 중심에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불문한, 온갖 유형의 노동자들이 있다. 또, 대학생들과, 교문을 봉쇄해 전국에서 300개 이상의 학교를 휴교시킨 중·고등학교 학생들, 연금 수급자들, 실업자들도 있다.
파리 시위를 취재한 프랑스24 뉴스 기자는 이렇게 전했다. “모든 부문,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시위에 나왔다. 교육, 제약, 금속, 항공 부문 종사자들이 시위에 나왔다.”
이처럼 다수의 대중이 반대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소수만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것을 이미 알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 시위가 있던 날, 장관들은 가장 파장이 큰 조항이 상원에서 통과되도록 애쓰고 있었다. 바로 연금 전액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조항이다. 그 자체로도 대대적인 공격이지만, 노동계급을 고분고분하게 길들이겠다는 지배계급의 결의를 상징하는 조처이기도 하다.
마크롱은 시위를 제압하고 개악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후, 분노가 사그라들기를 바란다. 어쩌면 노조 지도자들에게 후퇴할 명분을 주려고 꾀죄죄한 양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크롱은 거리 시위만이 아니라 파업에도 직면해 있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파업 말이다.
그날 거의 모든 철도 운행과 대부분의 파리 대중교통이 멈췄다. 노동조합들은 프랑스 교사의 60퍼센트가 파업했다고 밝혔다.
파업 노동자들은 프랑스에 있는 모든 정유소의 진입로를 봉쇄했다. 파리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 6일부터 파업을 시작해, 파리 거리는 쓰레기가 이미 엄청나게 쌓이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항구 도시 르아브르의 공단을 봉쇄해 가동을 멈추게 했다.
8개 노동조합 연맹 모두 파업을 지지했고 일부는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을 늘어놓고 있다. CGT는 “이것은 후속 행동의 시작일 뿐”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은 무기한 대중 파업에 필요한 저항 조직을 기층에서 건설하지 않을 것이다.
7일 밤 발표된 공동 발표문은 다가오는 토요일에 또 행동의 날이 있을 것이라고 선포하지만, 필연적으로 이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는 파업을 더 적게 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13일에 시작하는 주에도 하루 파업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의회 일정에 따라 파업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날짜는 3월 15일이다.
잠재력을 흘낏 보여 주는 사례들이 있다. 예컨대 툴루즈에서는 철도 노동자 150명이 운동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조합원 집회를 열고 3월 8일에도 파업을 지속하기로 만장일치로 표결했다. 한 정유 노동자는 “휘발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생산 중단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노조 지부의 사회주의자들과 기층 활동가들은 교사, 대중교통 노동자, 철도 노동자, 학생 등의 집단을 끌어모았다. 노조 지도자들의 파업 선포 여부와 무관하게 더 광범한 파업을 이끌고 대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월 8일에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시위와 연계해 대규모 행동이 계속될 것이다.(아래를 보시오)
연금 개악에 맞선 투쟁은 다른 쟁점을 둘러싼 정치적 저항도 고무하고 있다. 3월 7일에 인종차별 반대 단체 ‘연대의 행진’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함께 하면 우리는 이 정부와 정부의 논리 일체에 맞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연금 개악과 프랑스 내무장관 다르마냉의 반(反)이민법, 무단 점유 금지법[집이 없어서 빈집에 들어가 지내는 사람들을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에 모두 반대합니다. 마크롱과 마크롱의 세상에 반대합시다! 연대, 자유, 평등, 모두를 위한 완전한 권리를 위하여!”
기층 수준에서 서로 만난 노동자들은 연금뿐 아니라 임금과 불안정한 노동 계약 철폐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때로는 노동이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거기서 누가 득을 보는지, 어떻게 생산해야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토론도 있다.
이 투쟁은 프랑스를 훨씬 넘어서는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기업주들과 노동자들의 조용한 합의로 쉽게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프랑스 기업주·정치인들은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그들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이 기업주와 부유층을 위해서 이룬 일을 똑같이 성취하려고 공격을 퍼부었다.
거듭된 공격이 만만찮은 반격에 직면하자, 정부는 원하던 바에 한참 못 미치는 타협을 했다. 2010년 이후 지배자들은 경쟁 압력을 느끼면서 태세를 강경하게 다잡았다. 게다가 오늘날 세계적 위기가 벌어지고, 임금과 연금이 아니라 더 많은 미사일과 폭탄에 돈을 쓰자고 장성들이 아우성치는 상황인 만큼, 프랑스 지배자들의 태세는 훨씬 강경하다.
마크롱은 또다른 불만족스러운 타협을 한 인물로 기억되지 않으려 한다. 그는 정면 대결로 승부를 내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파업을 지속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여기에는 기층에서의 조직이 불가결하다.
기층에서 계속되는 크고 작은 파업
현지 시각으로 8일 이른 아침부터, 프랑스 곳곳의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피켓라인[대체인력 투입 저지선]을 치고, 교차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며 파업을 이어 나갔다.
철도 등 대중교통, 정유, 폐기물 수거, 에너지 등의 부문에서 무기한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주도성이 발휘되고 있기도 하다. 루아르 지방의 금속 노동자들은 이틀에 한 번 두 시간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금속가공 공장 오베르듀발의 노동자들은 매일 2~3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남부 아리에주에 있는 프랙세어의 화학 노동자들은 매일 여러 시간 동안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식당 델리플라넷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일 조리를 30분 늦게 시작하는 식으로 투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