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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저항의 파도가 프랑스를 휩쓸다

1월 19일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벌어진 시위. 시위 참가자들은 '일하다 죽는 것이 삶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1월 19일(현지 시각), 프랑스 전역에서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2년 늦추려는 정부의 시도에 맞서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노동조합들은 파리에서 약 40만 명이 행진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시내·시외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파리 등의 도시에서 버스·기차 운행이 “심한 차질”을 빚었으며, 전국의 고속열차 노선 운행이 중단됐다. 주요 교사 노동조합은 초등학교 교사의 70퍼센트가 파업에 참가하고 많은 학교가 휴교했다고 밝혔다.

파업 때문에 공영 라디오·텔레비전 방송이 크게 차질을 빚어, 음악을 틀어 놓거나 재방송을 해야 했다. 많은 극장이 문을 닫았다. 파업 노동자들이 피켓라인[대체인력 투입 저지선]을 쳐 몇몇 정유소를 봉쇄했고, 에너지 부문 노동자들이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몇몇 중·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봉쇄했는데, 경찰은 이들에게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난사했다.

피켓라인과 시위에서 “지하철·일터·무덤”이라는 구호가 많이 외쳐졌다. 이번 연금 개악으로 사람들이 “출퇴근하며 고되게 일하다가 무덤으로” 가게 됐다는 뜻이다. 노동자들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처지에 울분과 두려움이 뒤엉킨 감정을 느끼고 있다.

마트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도미니크는 〈프랑스24〉 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소매업에서 30년 동안 일했습니다. 반복적인 동작과 무거운 짐 때문에 생긴 힘줄염 때문에 양쪽 어깨 모두 수술을 받았죠.

“양손에는 엄지손가락 의수를 착용해야 해요. 선반에 올릴 상자를 뜯고 찢느라 관절이 다 망가졌거든요. 그런데 퇴직을 미루라는 말을 들으면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시위나 파업에 참가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달갑지 않은 일을 당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결국 참을 수 없는 때가 옵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정부가 내놓은 연금 개악은 그 자체로 중대한 쟁점이다. 그러나 이 공격은 사는 곳, 연령대를 불문한 모든 노동자가 현재 직면한 공격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에서 200만 명이 넘는 파업 참가자·지지자들이 약 220건의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 봐도 100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거리 시위에 참가했다.

노동조합들은 파리에서 40만 명, 르아브르에서 2만 5000명, 마르세유에서 11만 명, 툴루즈에서 5만 명, 생테티엔에서 4만 명, 몽펠리에에서 1만 2000명, 리옹에서 3만 8000명, 포에서 1만 2000명, 니스에서 2만 명이 행진했다고 밝혔다.

많은 도시에서 1995년 정부를 무너뜨린 노동자 대파업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나왔다.

이 시위들은 파업이 파업의 중핵인 공공부문 노동자들 너머로 크게 확산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 프랑스 북부 도시 발랑시엔에서는 행진이 6000명 규모로 열렸는데, 공무원·교사·학생뿐 아니라 푸조와 토요타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도 파업을 벌이고 시위에 참가했다.

리옹 시위의 주요 대열은 소방관, 보건의료 노동자, 교사, 공무원들이었다. 그러나 석유 기업 토탈, 화학 기업 솔베이, 자동차 기업 르노트럭의 노동자들과 건설 노동자들, 인테리어 소매업체 카스트로라마의 노동조합들도 시위에 참가단을 보냈다.

르아브르에서는 항만·교사·병원 노동자들뿐 아니라 식품 포장 기업 시델, 항공·로켓 엔진 제조 기업 사프란, 수퍼마켓 체인 오셩, 화학 기업 야라, 석유 기업 쉐브론, 보일러 제조 기업 푸르 라가데, 식품 기업 네슬레의 노동자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성소수자 단체, 페미니스트 활동가, 기후 운동가, 인종차별 반대 단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파리 시위에 참가했다. 캠페인 단체 ‘연대 행진’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프랑스인과 이주민, 똑같은 마크롱에 똑같이 맞서 싸우자! 더는 물러설 수 없다. 이 정부를 물리쳐야 한다. 연금 공격과 새 이민법에 맞서 싸우자.”

19일에 마크롱은 프랑스에서 도망쳐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프랑스-스페인 정상회담에 참석해, 사회당(PSOE, 스페인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소속 총리 페드로 산체스와 우호 조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노동조합들이 압력에 밀려 파업을 확대·지속하도록 할 수 있다면, 마크롱은 또 한 번 굴욕적으로 후퇴해야 할 수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1월 31일에도 파업과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그 주에 프랑스와 영국 모두에서 결정적인 계급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무엇이 걸린 투쟁인가

  • 정부는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64세로 늦추고 싶어한다. 노동자들은 43년 동안 연금을 납부했어야만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64세 넘어서까지 일을 해야 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다.
  •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2년 미루는 것은 노동계급에 대한 핵심적 공격이다. 이 공격은 노동조합이 친기업적 변화를 막을 수 없고, 노동자들이 물가 급등과 다가오는 경기 침체의 대가를 치러야 함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 마크롱은 2019년에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광범한 파업과 대중 시위, 운송 부문 일부의 무기한 파업에 밀려 물러서야 했다.
  • 또 마크롱은 전투적인 노란 조끼 운동으로 수세에 몰렸고, 팬데믹하에서 온갖 저항들이 결집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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