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 주춤한 사이:
반혁명 세력들 간의 내전 위기에 처한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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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에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반혁명 지도자들이 서로 등을 돌리고 정권을 잡기 위해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고 있다. 수단에서는 2019년 혁명이 벌어졌지만 2021년 쿠데타로 군부 정권이 집권 중이다.
2주째 전투가 지속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자국 교민과 외교 공관을 철수시키고 있다. 4월 26일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민간인 459명이 사망하고 4000명이 부상했다.
수도 하르툼의 의료 시설 대부분이 공격당해 현재 16퍼센트만이 가동 중이다. 이집트, 에티오피아, 차드 등 인접 국가에 벌써 수단인 난민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4월 15일부터 하르툼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치열한 총격전과 탱크, 전투기 포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수단은 군부 엘리트 간의 경쟁으로 갈기갈기 찢겨질 위험에 처해있다.
2019년 수단 혁명과 그 이후
지금의 위기는 2019년에 시작된 수단의 혁명 과정이 돌파구를 내지 못한 것에서 비롯한다.
수단 혁명은 2019년 초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세 배 뛰면서 일어난 시위로 시작됐다. 이 시위는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에 대한 정치적 반란으로 확산됐다. 1989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알바시르는 30년간 수단을 통치해 왔다.
저항이 커질 것을 우려한 군부 지도자들은 알바시르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러나 권력은 여전히 군부의 손에 있었다. 군부에 맞선 시위와 농성이 계속되고 노동자들은 5월 28, 29일 강력한 총파업을 벌였다.
저항이 계속되자 군부는 반정부 운동의 자유주의적 지도부를 포섭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면서 항쟁 지도부가 군부와 배신적 합의를 했다. 군과 민간이 권력을 ‘분점’한 뒤 몇 년 후 민간에 넘겨 준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군부는 순순히 권력을 내놓을 생각이 없었고 권력을 넘겨줄 때가 다가오자 결국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쿠데타에 항의해 다시 거대한 시위가 일어났다. 2021년 11월 100만 명의 시위대가 민간 권력을 요구했다. 군부는 민간인 총리를 일시 복권시켜서 위기를 모면하려 했지만, 시위대는 그 총리가 군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함을 간파하고, 그 총리의 퇴진마저 요구하며 완전한 민간 이양을 요구했다.
그리고 2022년 1월 군부가 세운 총리도 결국 사임했다. 대중적 풀뿌리 조직인 저항위원회가 주축이 돼 거리 시위가 지속됐다.
통치를 안정시키는 데 실패한 군부는 다시 운동을 달래는 동시에 서방 제국주의가 껄끄럽지 않게 후원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외양을 한 정부를 구성하려 했다. 이를 위해 항쟁 지도부의 일부와 또다시 합의를 맺었다. 민간 정부를 구성하고 2년 안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합의가 나오자 마자 군부 지도자인 알부르한은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들이 군대 개혁에 관해 뭐라 하든 개의치 마라. 군대의 일에는 아무도 간섭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 내 경쟁 세력들은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경쟁이 지금의 무력 충돌로 이어진 것이다.
충돌
이 분쟁은 2019년 혁명으로 축출된 독재자의 최측근과 그에 못지 않게 잔인한 군부 2인자 사이의 갈등이다. 전자는 정부군 수장이자 사실상 대통령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이다. 후자는 다르푸르에서 살해당한 소수민족 30만 명의 책임이 있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헤메티”)다.
알부르한은 헤메티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하려 한다. 알부르한은 병력이 10만 명에 달하는 RSF를 자신의 정부군으로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헤메티의 병력이 4월 15일 정부군의 시설을 공격하며 두 세력간 무력 충돌이 발발했다.
헤메티는 이제 2021년 쿠데타가 실수였다며 운동 진영의 환심을 사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알부르한이든 헤메티든, 지난 1년 반 동안 함께 손 잡고 시위와 파업을 진압해온 이 폭력 모리배 중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알부르한과 헤메티 모두 군부 인사들의 막대한 부를 유지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의사 결정에서 배제하기를 바란다. 수단 군부는 농업, 광업, 무역업 등이 주를 이루는 수단 전체 경제의 82퍼센트를 통제하고 있다.
또, 이들은 군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려 한다. 2019년 6월 3일 군부는 반군부 시위 농성장에서 최소 186명을 학살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단의 거리 운동과 저항위원회는 학살 책임자 처벌과 군부에 대한 민간 통제, 군부의 경제 개입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6월 3일 학살의 주체인 RSF의 해체도 시위대의 주요 요구였다.
혁명을 구할 힘은 대중 운동에 있다
풀뿌리 조직인 저항위원회를 기반으로 한 대중적 거리 운동은 군부에 영웅적으로 맞섰다. 2021년 11월엔 쿠데타에 맞서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시위를 벌였고, 2022년에도 일년 내내 반군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쿠데타 정권은 결코 통치를 안정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군부는 반군부 운동 세력의 일부를 권력으로 끌어들여 무력화시키는 한편, 인종청소와 학살, 민주주의 탄압의 이미지를 세탁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 했다.
유엔은 물론이고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로 구성된 ‘쿼드’는 군부와 야권 세력간 협상을 주선하며 현상을 유지하려 했다. 열강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해 개입하면서 수단 군부를 지원해 그 숨통을 틔워 줬다.
2018년 말부터 수단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싸워온 세력에겐 알부르한과 헤메티, 이 두 반동적 집단이 수단인들의 피로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다투려는 것을 막아야하는 과제가 있다. 이들로부터 독립적으로 대중 운동을 건설해 알부르한과 헤미티 등 군부 전체를 타도하는 것만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고무적이게도, 4월 19일 수단의 노동조합, 저항위원회, 정치 조직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 세력간 충돌을 규탄하며 군부에 맞선 “광범위한 정치 파업과 시민 불복종 운동” 조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저항위원회와 같은 반쿠데타 세력이 대안적 정치 권력이 되어 대규모 시위와 연결된 파업을 벌인다면, 군벌간 내전을 막고 군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