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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단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지난 8월 23일 서울역광장에서 수단인 난민 20여 명이 한국 정부에 망명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이들이 내건 배너에는 “우리는 전쟁과 폭력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우리의 안전과 망명을 허락해 주십시오” 하는 요구가 영어와 다소 어색하게 번역된 한국어로 쓰여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압둔 모하메드 씨(31)는 지난해 4월 발발한 내전으로 수단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2017년 한국에 온 모하메드 씨는 수단 정부가 마비돼 여권을 갱신할 수 없고, 한국 비자도 만료돼 미등록 체류 신세가 됐다고 한다. 3개월마다 법무부에서 출국 기한을 유예받고 있지만, 여권도 비자도 없는 불안정한 신분인 탓에 일일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하메드 씨는 “한국에 있는 수단인의 90퍼센트가 여권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수단인은 354명이다.

재한 수단인들은 수단 내전 발발 직후인 지난해 5월 15일에도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앞에서 40~50명이 참가한 집회를 열고, 유엔과 한국 정부에 난민으로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 발언자는 자신들에게 건강과 교육, 노동에 대한 권리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이 집회 개최를 도왔다.

여행금지 지역으로 가라고? 지난해 5월 유엔과 한국 정부에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집회하는 수단인들 ⓒ출처 재한 수단 난민 커뮤니티

수단은 2019년 혁명으로 30년간 통치한 군사 독재자 알바시르가 물러나고 군부가 권력을 민주화 항쟁 지도부에게 일부 양보하며 과도 정부가 구성됐다. 하지만 2021년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반혁명).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군부 내에서 지난해 4월에 정권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내전이 시작됐다.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치열한 총격전과 탱크, 전투기까지 동원된 포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수많은 수단인이 집을 잃었고, 기반 시설이 파괴돼 식량, 물, 의료 서비스가 부족해져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수단에서 이웃 나라로 피란한 사람이 210만 명을 넘고, 현재까지 수단 내 실향민만 약 107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극심한 식량 위기를 겪는 수단인도 약 2560만 명으로,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또, 유엔은 내전 발발 후 민간인 사망자가 1만 5000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난민을 보호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 1994년 이래 누적 난민 인정률은 2.7퍼센트이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포함한 ‘보호율’도 7.6퍼센트에 불과하다. 올해 1~7월은 이보다 더 낮아 각각 1.7퍼센트, 3.7퍼센트에 머물렀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해 4월 29일부터 수단 전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해, 이를 내년 2월 28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수단정부군(SAF)과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충돌로 사상자와 피난민이 증가하는 등 수단 내 정세 및 치안 상황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 우리국민 보호를 위해 수단에 대한 방문·체류를 계속해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자신도 수단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수단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단인의 생명과 안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수단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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