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명이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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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서울 광화문 근처 도로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열렸다.
전국의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 4만~5만여 명이 광화문역에서 시청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절반을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많은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들은 간호법 제정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처우를 개선하는 데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바람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간호법을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법이라 비난했다. 연단에서는 이런 과장·왜곡에 항의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졸업 후 현장에서 일하게 될 간호대 학생들과 청년 간호사들이 집회에 많이 참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연단에서 청년 간호사 서동현 씨는 “간호사들이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터에 살고 있다”며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환자가 언제 찾을까 전화가 언제 올까 불안에 떨며 하루에 12시간 일을 합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앉아서 쉬지도 못 합니다. 식사는 당연히 못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간호법이 거부되면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간호사들은 의사 등 인력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료법이 허용하지 않는 업무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에도 불만이 크다.
서동현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리 처방, 식사 신청, 환자 이송, 약 준비, 수액 믹스 ... 이 외에도 간호사 업무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간호사들 업무가 대체 몇 개여야 합니까?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청년 간호사들의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불법 행위하는 것입니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간호사들이 어떻게 일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은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많은 간호사가 이미 의료기관 밖 ‘지역사회’(보건소,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학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간호법에 ‘지역사회’ 문구가 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보건교사회 회장 강류교 간호사는 학교에서 건강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어린이날 서울대병원에 가서 환자의 사연을 듣고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착용한 아이들도 마음 놓고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현행 의료법으로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간호 처치가 없습니다. 중증 건강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보건교사와 간호사에 의한 의료 행위를 필요로 하지만, 의료법상 간호사인 보건교사의 의료 행위는 제한적입니다. 학생들에게 적절한 간호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간호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활기찬 표정으로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사람들이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는 간호사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