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결의대회:
공공의료 확대! 인력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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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보건의료노조가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전국에서 조합원 5000여 명이 모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방역 최전선을 지켜온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2021년 문재인 정부에 맞서 투쟁을 벌이면서 인력 충원과 공공의료 확충 개선을 약속받았다(9.2 노정합의).
그러나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도 합의사항 중 많은 부분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코로나 영웅이라며 칭송하더니 토사구팽한다’며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7월 노정합의 이행을 약속했다며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민영화에는 속도를 내지만 의사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처우 개선 등 인력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해놓고 간호법 국면이 끝나자 후퇴한 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9.2 노정합의의 실질적 이행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6월부터 코로나19가 경계 단계로 하향됐지만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연단에 올라 열악한 노동 현실을 성토했다.
서울시 서남병원의 이가희 간호사는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이 코로나가 끝나자 인력 부족과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남병원은 작년 5월 일반병원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병상가동률이 40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직했습니다. 시간외 근무가 다반사지만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인력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매달 20억 씩 적자가 난다고 하는데 정부는 4월 이후에는 지원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 어떤 의료인이 공공병원에 남아 있을까요?”
한림대의료원에서 일하는 백혜성 간호사는 인력을 충원해야 노동강도가 낮아지고 숙련 인력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병원은 간호사 두 명이 환자 24명을 봐야 합니다. 두 명 중 한 명은 이제 들어온 신규입니다. 숙련된 간호사가 줄어 들어 신규가 신규에게 배워야 하는 현실입니다. 어떻게 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4월에 복지부장관이 간호사 한 명이 환자 다섯 명을 간호할 수 있도록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당장 지켜야 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인희 간호사는 의사 인력 부족 때문에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리는 현실을 지적했다.
“각종 진단과 처방, 수술에 이르기까지 매일 범법 행위를 저지르며 일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환자들이 아프다 소리치고, 당장 수술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병원은 나 몰라라 하고, 행위를 한 당사자가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는 최근 연이은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원인도 의사 인력이 충분치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연단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과 노동자 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불규칙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주 69시간 일하면 과로사로 죽습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선택권을 높여준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원할 때 쉬도록 사용자들이 내버려 둡니까? 지금도 인수인계 후 퇴근도 못하고, 연장수당 청구도 못합니다.”
“최근 언론에서 노조가 마치 범죄집단인 것처럼 떠들면서 노동조합 교섭권을 훼손하려고 합니다. 노동개악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영남대의료원 김지영 간호사)
이날 집회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연단에 올라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투쟁을 격려했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거리의 시민들을 향해 ‘윤석열은 공공의료 확충, 인력충원 약속 지켜라’, ‘노동개악, 노동자 탄압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역까지 힘차게 행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3월 30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주요 요구로 ▲간호 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 및 운영개선 ▲인력확충 ▲의료민영화⋅영리화 전면 중단 ▲노동개악 중단과 함께 총액 대비 임금 10.73퍼센트 인상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이달 말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7월 13일부터 산별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긴축과 복지삭감, 민영화 등으로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려는 윤석열에 맞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