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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대사 싱하이밍의 발언 둘러싼 소동:
미·중 갈등 격화가 한국 정치권 내 갈등을 격화시키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그치지 않고 있다.

6월 8일 싱하이밍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윤석열의 외교 노선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미·일 제국주의 협력에 매진하는 윤석열이 “민주당은 사대주의” 비난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 ⓒ출처 주한 중국대사관

이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2013년, 당시 한국 대통령 박근혜에게 한 발언을 비튼 말이기도 하다. 당시 바이든은 박근혜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

그래서, 백악관이 싱하이밍의 발언을 비판한 것은 뻔뻔한 짓이다. 자신들이 하면 “충고”이고 중국이 하면 “압박 전술”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싱하이밍의 발언에 윤석열 정부와 우파는 크게 반발했다. 윤석열이 직접 싱하이밍을 가리켜 구한말에 조선 내정에 간섭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원세개] 같다고 말했다.

이는 싱하이밍뿐 아니라, 그를 만난 이재명도 공격하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중화 사대주의”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본지가 이전부터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한반도 주변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의 갈등이 한국에서 지배계급 내의 갈등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툼은 앞으로 더 격화될 것이다.

물론 싱하이밍은 중국 외교관들의 ‘전랑 외교’, 즉 거침없는 언행으로 중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싱하이밍은 위안스카이가 아니다. 오늘날 한·중 관계는 140년 전처럼 중국이 한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우파들은 이런 부적절한 비유를 들며 한미일 동맹 강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하려 한다.

‘4불가’

싱 대사 발언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중 갈등이 최근에 더 첨예해진 가운데 한·중 간에도 긴장이 쌓여 온 상황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는 거듭 모순에 봉착하면서도 실제로 미국 쪽에 “베팅” 하는 것을 선택해 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국제 질서 유지에 협력하는 게 한국 자본주의에 이익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4월 윤석열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만 문제를 “세계적 문제”라고 했는데, 이는 분명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입장이었다.

윤석열의 이런 선택은 당연하게도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반발을 사 왔다.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중국 외교부는 윤석열 정부에 자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를 한국에 전달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친미·친일 외교 정책을 견제해 왔다.

지난달 22일 한·중 외교 국장급 회담에서 중국 정부는 ‘4불가’ 방침을 윤석열 정부에 전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한·중 협력 불가,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 정책으로 나아가면 협력 불가,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시진핑 방한 등 고위급 교류 불가, 악화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가 그 골자였다.

윤석열 정부는 ‘4불가’를 전달받은 바 없다고 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그런 방침을 한국에 통보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후시진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은 한국이 “제2의 호주”가 됐다고 했다. 2020년에 미국과 손잡고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자며 중국과 격한 갈등을 겪은 호주에 지금의 한국을 빗댄 것이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을 둘러싼 한·중 긴장은 시간이 지나면 일시 봉합될 수도 있다. 이 소동 전에 윤석열 정부는 (비록 중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지만) 시진핑의 연내 방한을 제안했고, 한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에, 윤석열 정부도 나름 줄타기를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증하고 있고 한국이 제국주의적인 그 갈등의 무대 중 하나라는 점은 변함없을 것이다. 윤석열이 미국 쪽으로 꾸준히 “베팅”한 것은 그로 인한 한·중 긴장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세계적 갈등도 부추기는 것이다. 그로 인한 위험 부담은 한국 등 관련국 각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의 외교로는 미·중 갈등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10년대 초 이후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한국 지배자들은 큰 딜레마를 안게 됐다. 한미동맹이 주는 경제적·안보적 이익과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 사이에서 고심하게 된 것이다.

싱하이밍-이재명 만남을 둘러싼 여야의 격한 충돌은 한국 지배자들이 이 딜레마를 풀기 상당히 어려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국민 삶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며 윤석열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을 우선하되 중국과 친선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외교”를 추구해 왔다.

일각에서는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미국과 일본도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며 실리를 챙기는데, 윤석열 정부만 유독 대중국 외교를 손놓는 바람에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지배자들의 어려움은 미국과 중국 간 적대가 커지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물론 미국과 중국 정부는 갈등을 조정하려고 때때로 외교적 접근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두 강대국이 서로 불신하고 적대하는 상황은 현 세계 시스템 안에서 온전히 풀기 불가능한 문제다.

올해 초 중국의 “정찰 풍선”이 자아낸 긴장이나 6월 3일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군함들이 충돌할 뻔한 사건 등은 미·중 관계의 잠재적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힐끗 보여 준다. 반도체 전쟁 같은 경제적 경쟁도 양측의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한국 지배자들이 처한 딜레마는 단순히 정치인들의 외교적 수완으로는 온전히 헤쳐 나가기가 불가능한 문제다. 거대한 반제국주의 대중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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