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파업 액션!’:
파업에 나선 할리우드 배우·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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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적 스타 배우들이 레드 카펫이 아닌 피켓 라인[대체인력 투입 저지선]에 서서 다른 배우·작가들의 단체협약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7월 14일 뉴욕에서 노동자들은 HBO·아마존·파라마운트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사옥 앞에서 피켓 라인을 쳤다. 노동자들은 시내를 행진하며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체협약! 언제 되길 원하나? 지금 당장!”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파업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미국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위원장 프랜 드레셔는 파업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면” 반 년 동안 투쟁을 이어 갈 “준비를 갖췄다”고 연설했다.
이전 연설에서 드레셔는 할리우드 경영자들을 맹렬히 규탄했다. “지금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모든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고용주들이 금융권과 탐욕을 우선시하고, 실제로 기계를 돌리는 꼭 필요한 기여를 누가 하는지 잊어버릴 때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우리입니다. 우리는 매우 탐욕적인 자들에게 해를 입어 왔어요.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들먹이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곳곳에서 돈을 잃고 있다면서 CEO들에게 수억 달러를 퍼주고 있습니다. 역겨워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부끄러운 자들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이달 초 배우방송인노조 조합원 6만 5000명은 사용자 단체인 제작사연맹(AMPTP)과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에 돌입하는 안을 97.91퍼센트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제작사연맹이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자 노조는 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로써 196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작가·배우들이 함께 파업에 나섰다. 미국작가조합(WGA)은 5월부터 파업 중이었다.
이번 공동 파업으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이 중단될 수 있다. 배우 파업으로 이미 마블 영화 ‘데드풀3’, ‘글래디에이터’ 속편, ‘미션 임파서블’의 다음 편 촬영이 중단됐다.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재상영분배금의 액수를 낮게 묶어 두고 있다. 재상영분배금이란 영화·드라마가 처음 개봉·방송된 이후 다른 플랫폼에서 재상영·재방송될 때 배우·작가·감독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두 조합의 노동자들은 사측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노동자 임금을 깎고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것에 맞서 싸우고 있다. 배우방송인노조 조합원 중에는 거액을 받는 스타 배우도 있지만, 노동조합은 이 변화가 스타든 아니든 모든 배우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방송인조합 측 협상단장 던컨 크랩트리-아이어랜드에 따르면, 기획사는 “단역 배우들에게 하루치 일당을 지불하면 그 배우들을 스캔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생성한 데이터는 기획사가 소유한다”는 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뉴욕에서 단역 배우로 일하는 크리스토퍼 코스모는 AI를 이용해 단역 배우를 생성할 수 있게 되면 경력이 끝장날 거라고 했다. “200달러쯤 되는 돈을 한 번 받으면 우리 모습이 스캔되고 그게 영원히 사용될 거라니 끔찍하다는 정서를 분명 모든 단역 배우들이 공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영국 배우노동조합 ‘에쿼티’도 “미국 배우방송인조합과 조합원들을 모든 적법한 수단을 통해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에쿼티’는 미국 배우방송인조합 소속 배우든 ‘에쿼티’ 소속 배우든 영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파업 대열을 이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쿼티’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이런 지침을 내렸다. “영국에서 운영되는 제작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파업을 독려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그 파업은 합법이지만 영국법으로도 합법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영국에서 파업 참가를 독려하면 법을 어기는 것이다.”
‘에쿼티’ 지도부는 반(反)노동조합법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미국 배우방송인노조에 진정한 연대를 보이고 영국에서 파업을 추진해야 한다.
할리우드 파업은 전체 미국 노동운동에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윤에 굶주린 사장들에 맞서 누구나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