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마르크스주의자가 말하는 중국 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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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위기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마르크스주의자 람치렁에게 현 상황에 관해 물었다. 람치렁은 좌파 단체 ‘레프트21’ 회원이다.
최근 중국 경제 위기 상황은 어떻습니까?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그룹(恒大集團)이 8월 17일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헝다그룹은 3300억 달러(435조 원)의 채무 불이행에 직면해 있습니다.
헝다그룹은 완전히 파산했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파산을 선언할 경우 중국 금융 시스템 전체와 세계 금융 시스템의 일부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주요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의 부채도 2000억 달러(263조 원)에 이릅니다.
이것은 부동산 붕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2008년 초에 이미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거품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40조 위안(7253조 원)을 투입해 시장을 구제한 덕분에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거품은 이제 막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이 “리먼 사태”에 봉착해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잘못된 관리”나 “지속 불가능한 대출” 때문이 아니라, 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주택 및 부동산 시장이 자본주의 투기 시장의 일부라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중국의 생산 부문이 쇠퇴함에 따라 “거품”으로 알려진 투기 행위가 계속되고 악화돼 중국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를 촉발했습니다. 이는 서구 제국주의 나라들과는 다른 “중국식 발전 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합니다.(관련 기사: ‘중국 경제의 위기: 중국 경제가 서방 경제와 본질이 같음을 보여 주다’)
중국 정부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시진핑 정부가 헝다와 같은 부동산 개발 업체를 구제할지 여부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현금이 부족한데, 지방 정부 부채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약 25퍼센트에 달하고 ‘지방정부융자기구들’(LGFVs, 지방 정부의 자금 조달용 특수 법인)까지 합치면 총 지방 정부 부채는 GDP의 6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기업 부도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제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 업자에게 더 쉽게 신용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는 민간 자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31가지 조처를 발표했습니다.
시진핑은 이른바 사회주의적 목표라고 내세워 온 “공동부유”가 “결코 평등주의나 복지주의와 같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중국 정부는 이른바 국가 안보와 간첩 방지를 강조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과 신장 등 소수민족 거주 지역을 포함한 자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신장을 방문한 시진핑은 신장의 최우선 과제는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질 듯한데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경제 성장이 뚜렷하게 둔화되는 가운데 특히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실업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21.3퍼센트에 달합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실제 청년 실업률은 46.5퍼센트에 달합니다. 그러나 8월 중순에 중국 정부는 실업률 통계를 더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용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노동자와 평범한 도시민들은 알뜰한 소비마저 더욱 꺼리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저축률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는 내수 부족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자본주의를 유지해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시진핑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초중등 교육에서 악화하던 사교육 문제와 의료계 부패를 단속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노동계급 가정은 교육 및 의료 부담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의료·주택·교육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새로운 세 개의 높은 산(新三座大山)”*은 여전히 중국인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가 대중 정서와 저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중간계급 사람들도 현재의 생활 조건에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실업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만연해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만과 전쟁이 발발하면 물가가 급등하고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고 말하거나 미래를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탕핑”(躺平)*을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대중이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제로코로나] 통제·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대중 행동과 폭스콘 노동자들의 파업은 대중이 때가 되면 집단행동을 할 것임을 분명히 증명했습니다. 봉쇄·통제 정책의 극적인 종식과 함께 ‘백지 시위’는 끝났지만 투쟁 과정에서 대중의 자신감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대학과 지식인 청년들(해외에 있는 중국 유학생 포함)이 사회의 미래에 대해 활발히 논의할 조짐도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지난 2~3년 동안 중국 본토에서 혁명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청년들의 온라인 그룹들이 생겨났습니다. 상하이와 베이징 같은 도시에서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젊은 여성들이 백지 시위 기간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국가의 통제와 인터넷 감시가 극도로 엄격한데도 진보적인 청년들의 사고가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발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