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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테러‍·‍무기‍·‍고문 수출하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소소의책, 356쪽, 23000원

이 책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글로벌 군사 패권국을 대신해서 무기 장비를 테스트하는 실험장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무기 제조 기업들을 폭로한다.

이스라엘 최대 무기 제조업체 엘빗은 이스라엘 탱크와 항공기에 쓰이는 필수 장비 공급업체로서 드론, 지상 감시 시스템, 최첨단 살상 무기들을 만든다.

이스라엘의 보안 회사 NSO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데에 ‘페가수스’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애니비전(AnyVision)도 팔레스타인인들을 감시하는 주요 업체 중 하나다. 이 업체의 감시 카메라로 이스라엘 군대는 요르단강 서안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보를 축적한다. 이 회사는 구글과 손잡고 안면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일명 구글 아요시(Google Ayosh)라는 프로젝트로 팔레스타인인들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저자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이스라엘 군수 기업들 간의 공생 관계를 자세하게 폭로한다.

최근 이스라엘은 감시 정찰 기술을 활용해서 아랍의 독재 정권들과의 협력에 나섰다.

2020년 8월 트럼프가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회복했을 때 ‘페가수스’ 수출은 핵심 매개체였다. 아랍에미리트는 ‘페가수스’를 사용해서 견제 세력(특히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 했다. 남수단의 정보기관은 이스라엘 기업한테서 통신 도청 기술을 사들인다.

이스라엘 군대 및 정보기관과 민간 군수 기업들의 합작은 팔레스타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드론 기술은 팔레스타인인뿐 아니라 지중해 난민 감시에도 이용됐다.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의 기술을 활용해서 난민을 차단한다. 2015년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가려 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이민자가 대거 유럽을 향해 나가려 하자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의 주요 방산 기업과 손을 잡았다. 특히 엘빗의 헤르메스 드론과 IAI의 헤론 드론은 2008년 이래 이스라엘이 가자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사용된 제품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그리스의 군사 협력은 각별하다. 난민들이 그리스의 섬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데서 그리스는 이스라엘과 군사적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네타냐후가 얼마나 악랄하게 난민을 배척하는지도 폭로한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수단에서 박해를 피해 도망친 난민 수만 명이 이스라엘에서 피난처를 찾으려 하자 네타냐후는 이를 막기 위해 억압적인 아프리카 국가들을 매수해서 비밀리에 교섭했다. 그리고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독재국가가 운영하는 용병 훈련소로 보내려 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출처 UNRWA

대륙을 넘어

이스라엘은 남미 대륙의 군사 독재 정권 유지에도 관여했다. 이스라엘은 1973년 칠레의 군부 쿠데타 이후 피노체트 군사 정권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기를 대거 공급했다. 1980년 칠레 주재 미국 대사관이 이를 인정했다. 이스라엘과 칠레가 교환한 서신이 1만 9000건에 달했다.

유독 이스라엘 정부가 칠레 군부 독재자들과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칠레에는 아랍 세계 바깥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있었다!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은 피노체트 정부가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억압하기를 바랐다.

이스라엘은 나치 인사들을 반갑게 맞이한 아르헨티나와의 동맹에도 열중했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정부의 탄압으로 유대인 3만 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됐지만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스라엘의 수출 품목에는 고문 기법도 있었다. 이스라엘 군대는 레바논 우익 민병대에 무기뿐 아니라 고문 기법도 전수했다.

군사 기술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아로새겨진 DNA와도 같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 벤구리온은 건국 초기에 1952년 서독한테서 받은 거액의 배상금을 무기 부문에 투자했다.

이 책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생 관계를 꼬집는다. 미국 국가안보국은 그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의 방대한 양의 이메일과 전화 통화를 이스라엘과 공유한다. 한편, 미국의 ‘대테러전쟁’으로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감시 업체가 큰 호황을 맞기도 했다.

봇물 터지는 풍부한 사례들은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스라엘이야말로 테러리스트 국가라는 걸 더 분명히 알게 된다. 색인을 통해 이스라엘 군수 기업들의 리스트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생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은 부족하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중동 전초 기지 구실을 한다는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읽는다면 더욱 유익하겠다.

또, 이 책은 이스라엘의 촘촘한 감시망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의지를 꺾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락한다. 이스라엘이 자신을 폭로하는 사진과 글귀를 삭제하는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개발, 제공해 SNS 등에서 가동되도록 해도 팔레스타인 연대는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책이 한국어로 빨리 번역된 것이 각별히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