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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의 취약성을 반영하는 홍해 위기

후티 전사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기 위해 홍해에서 화물선을 공격하고 있다. 이는 서방의 중동 지배에 대한 도전이다. 유리 프라사드는 후티 전사들이 세계적 운수·생산 위기를 일으키고 있고, 이는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들춰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자본주의 세력이 아니어도 자본주의를 훼방놓는 후티 후티의 헬리콥터가 홍해에서 서방의 화물선을 공격하고 있다 ⓒ출처 Houthi Media Center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이스라엘이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됐다.

이 해협은 홍해의 남쪽 진입로이고 예멘과 에티오피아를 가른다. 가장 좁은 곳에서는 폭이 불과 30여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아 영불해협만큼 좁다.

바로 이곳에서 후티 전사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돕고자 상선을 공격하며, 이스라엘의 전쟁을 중단시키라고 서방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주 영국과 미국은 예멘에 미사일 수십 발을 날렸다. 홍해 최북단의 이집트 수에즈 운하는 유럽을 아프리카‍·‍아시아와 잇는다.

홍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바닷길이고, 이곳을 통제하는 것은 한 세기 넘도록 제국주의자들의 지상 과제였다.

전 세계 교역의 12퍼센트, 컨테이너 물동량의 최대 30퍼센트가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사이를 지난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세계 유조선의 5분의 1도 그 곳을 지난다.

그런 곳에서 선박 공격 위험이 늘자 1월 첫째 주 홍해 입구를 지나는 컨테이너선이 2023년 초 대비 90퍼센트 줄었다.

연말연시에 후티는 헬기와 드론 폭탄, 소형 군함, 심지어 대함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상선들을 과감하게 공격했다.

미국이 홍해 일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국 군대를 순찰시키겠다고 확언했는데도 그런 공격을 벌인 것이다.

해운사와 보험사들은 충격에 빠졌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항행을 모두 중지시켰다.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4개 회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홍해를 지나는 것이 안전해질 때까지” 수에즈 운하를 유럽으로 들어가는 쪽이든 나가는 쪽이든 이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선박들을 남아공의 희망봉으로 돌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 중국 제조업체와 유럽 시장 사이의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 더 멀어지고 그에 따라 운송 기간도 몇 주 더 길어진다. 이는 운송 비용을 크게 키운다.

이런 부득이한 변화는 더 광범한 해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지 않도록 항로를 바꾸면, 가용 선박과 컨테이너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평상시라면 항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아직 바다에 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를 2주간 이용하지 못하면 유럽 항구들에서 컨테이너의 최대 4분의 1이 연착할 것이라고 해운 분석가 크리스티앙 뢸로프스는 예상한다.

예멘을 폭격하기 위해 출격 중인 미국 전투기 ⓒ출처 U.S. Central Command

해운 차질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선박 연료비 상승에, 컨테이너 부족으로 인한 이용료 상승까지 더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리고 기업주들은 우리가 위기의 대가를 치르기를 바라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집트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모든 선박은 통행료를 낸다. 그런데 이제는 드나드는 배가 거의 없어서 통행료 수입이 곤두박질쳤다.

더 장기적으로는 해운 위기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물자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제국주의의 중대한 전략적 약점을 드러낸다.

이 기사가 쓰여질 시점에 미국과 영국은 후티의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기를 바라며 예멘을 공격하고 나섰다.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이 전략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을 사실상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고, 충돌이 더 격렬해질 가능성을 키울 것이 뻔하다.

그러나 많은 해운 기업주들은 전쟁이 커질 위험에 관해 걱정하지 않는다. 컨테이너 가격은 계속 치솟을 것이고 그에 따라 그 소유주들의 이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대 해운사의 하나인 머스크사의 주식은 지난달에 이미 25퍼센트 올랐다.

해운 위기는 적시생산 방식 자본주의의 재앙을 키울 수 있다

홍해와 수에즈에서 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세계 제조업과 체제의 더 광범한 부문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부분의 생산 기업들은 부품과 원료, 연료가 해외에서 제때 공급되는 것에 의존한다. 공급 사슬이 교란되면 생산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

중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로가 막힌 지금 그럴 위험은 아주 실질적이다.

체제의 이런 취약성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은 1980년대에 자리 잡은 “적시 생산” 방식이다.

적시 생산 방식은 1950년대 일본 도요타의 임원이었던 다이이치 오노의 아이디어였다.

오노는 적시 생산 방식을 “낭비”를 줄일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때 “낭비”는 부품 재고와, 그 재고를 나중에 쓸 수 있도록 보관하고 운반하는 노동자를 뜻했다.

자동차 부품 매입‍·‍보관 비용을 위해 노동시간, 창고 공간, 비용을 들이는 대신, 도요타의 각 공급업체들은 조립 라인에서 필요로 하는 정확한 순간에 부품을 공급하도록 요구받았다.

오노의 아이디어는 처음에 일본 자동차 산업에서 지배적이 됐고 이후 전 세계 제조업체들로 확산됐다.

기업주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운송해 와서 재화를 만드는 방식이 환경에 끼칠 영향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생산물을 빠르게 운송하려면 막대한 기반 시설 투자가 필요했고, 그래서 대기업들은 국가를 끌어들였다.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고, 항구를 더 깊게 만들고, 활주로를 증설했다.

그 효과는 양면적이었다. 처음 신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은 비용 절감으로 엄청난 이윤을 냈다.

기업주들은 그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당했고 이는 주식시장에서 거대한 호황을 낳았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기업들은 살아남으려면 적시 생산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새 방식에는 엄청난 약점도 있었다.

적시 생산 방식은 공급 사슬의 어느 일부라도 불능 상태가 되면 이에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거나 전무하다.

각종 거대한 사건이 그런 불능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큰 전쟁이나 환경 재앙도 그렇고, 공급 사슬 한 곳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기를 멈출 경우에도 그렇다.

그런 일이 닥치면 생산 전체가 멈출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거의 모든 좌파가 새로운 생산 방식 때문에 공장 파업은 이제 소용없게 됐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자들이 싸울 자신감이 없는 것을 잠재력을 잃은 것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오히려 적시 생산 방식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힘은 더 커졌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동자 산업에서 벌어진 주요한 파업들은 일부 전문직만이 아니라 공장 전체도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실이다. 지난해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은 주요 3사 노동자의 작은 일부만 참가했고 기간도 몇 주에 그쳤다.

그러나 그 파업으로 그해 미국의 자동차 총 생산량이 10퍼센트 이상 줄었고 노동자들은 요구의 적어도 일부를 쟁취했다.

부품이 바닥날까 봐 기업주들이 우려한 것이 노조가 성과를 낸 한 요인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적시 생산 방식의 취약성을 더 크게 경고한 사건이었다.

영국 정부가 보건 노동자들의 보호 장구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적시 생산 방식의 취약성 때문이었다.

장관들은 가운과 장갑, 마스크가 필요해지기 며칠 전에 중국 제조업체에 주문해서 영국으로 가져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관들은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보관 시설을 모두 없앴다. 모두 불필요한 “낭비”라는 것이었다.

다른 많은 나라도 이를 따라 했다. 그런데 정작 팬데믹이 닥쳤을 때 중국은 보호 장구를 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 없었다.

영국에서 보건‍·‍돌봄 노동자들은 몇 주 동안이나 제대로 된 보호 장구 없이 일해야 했고, 많은 이들은 되는대로 쓰레기 봉투를 이용해 위험에 대처해야 했다.

보호 장구 부족은 영국이 선진국 가운데 사망률이 높았던 이유의 하나다.

아직 홍해 위기의 심각성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공급 사슬에 줄 타격도 아직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티의 선박 공격과 서방의 미사일 공격은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직돼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지금 체제가 망가지는 모습은 전쟁 위기와 경제 위기, 환경 위기가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공급 차질 후티를 아무리 두들겨도 제2, 제3의 후티가 나올 것이다 ⓒ출처 Bernard Spragg. NZ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