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2·17 국제 행동의 날 대행진 참가를 호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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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흐린 날씨는 같은 시각 우기를 지나고 있는 가자지구를 떠올리게 했지만, 오늘의 제2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주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국가의 인종 학살에 대한 분노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대한 연대로 매우 뜨거웠다.
오늘 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그에 대한 국제 연대 운동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그러한 저항과 연대만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고난을 해결하고 해방을 가져올 수 있다고 힘주어 지적했다. 그리고 2월 17일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 참가를 적극 호소했다.
또, 이스라엘과 미국 등 그 후원자들이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에 따른 정치적 수모를 만회하려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를 허위 비방하며 원조 중단을 결정한 것을 규탄했다.
사회자의 말처럼 이는 “말로는 민간인 피해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가자지구 생명줄을 끊으려는 완전히 위선적 행동”이고 “인종 학살자들과 그 공범들이 [도리어] 피해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사악한 행태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용기와 저항이 꺾이지 않고 계속되며, 이들에 대한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정치적으로 전진하고 있다.
그런 점은 오늘 행진 내내 서울 종로 도심에서 내·외국인들이 보인 호의 어린 관심으로도 드러난다. 행진 대열은 종로, 인사동, 경복궁, 광화문 광장 등을 지나면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행진 대열을 보고 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구호를 따라하거나 손을 흔드는 이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행진 대열이 기운차고 자신감 있었기 때문에 효과가 더 컸을 것이다. 수백 명 규모의 행진 대열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리고 북과 부부젤라로 흥을 돋우며 거리를 누볐다.
주최측은 도심 행진을 하는 동안 인도에서 리플릿을 배포했는데, 많은 행인들이 이를 받아 유심히 읽었다. 리플릿을 건네는 사람들과 짤막한 즉석 대화를 하는 행인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한 무리의 고교생들은 그런 대화 끝에 즉석에서 행진에 동참하기도 했다.
또, 이집트 활동가들은 1948년 ‘나크바’ 당시 학살 만행들을 정리한 한글·영문 리플릿을 만들어 와 거리의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나크바’란 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으로,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 건국 당시 75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거나 살던 곳에서 쫓아낸 일을 일컫는 말이다.
UNRWA 원조 중단은 인종 학살의 연장
의사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인 최규진 활동가는 집회 첫 발언에서 “이스라엘과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대한 연대만이 이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의료진으로 변장해 병원에 잠입해, 입원해 있던 팔레스타인인 3명을 학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너무 치욕적이고 몸서리가 쳐집니다.
“이스라엘은 UNRWA 직원들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헛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 황당한 주장에 미국·영국 등 9개국이 동조해 UNRWA 원조를 중단했습니다.
“UNRWA는 가자에서 100만 명 이상의 피난처를 운영하고 있고, 음식과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해 온 곳입니다. 이곳은 가자 사람들에게 몇 가닥 남지 않은 지푸라기 같은 곳입니다. 이젠 폭탄으로 죽인 것도 모자라 굶기고 병에 걸려 죽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노사이드가 아니면 무엇이 제노사이드란 말입니까?”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매일같이 가자와 서안에서 병원과 민간인 구역을 폭격하면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들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할 수 있습니까?
“네타냐후는 자신들의 필요를 위해서 이스라엘 포로들은 나 몰라라 한 채 전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병원과 건물들을 폭격하고 어린아이들을 죽이고 있어서 매일매일 새로운 저항 전사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인 아흐마드 씨도 서방의 UNRWA 원조 중단을 비판했다. 또한 이집트 현 독재 정부가 가자지구 학살의 공범이라고 규탄했다.
“미국이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벌이는 UNRWA의 자금을 끊은 것을 보면, 어떻게 그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거짓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알시파 병원 아래 하마스 터널이 있다며 그곳을 공격해, 환자들과 수많은 피난민들을 학살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점령한 병원 밑에서 터널이 발견됐습니까?
“쿠데타 수괴인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의 공범입니다. 그는 가자지구 봉쇄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아흐마드 씨는 전쟁 즉각 중단을 명령하지 않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한계와 서방의 ‘이중잣대’도 비판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러시아의 공격을 완전히 중단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왜 그런 결정을 바로 내리지 않고 ‘[인종 학살] 행위를 방지하라’는 말뿐이란 말입니까? 서방의 법정들은 아랍인들에게 정의로운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2월 17일 국제 연대 행동의 날에 참가하자
오늘 집회 직전, 2월 17일 토요일에 다시 한 번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을 갖자는 제안이 국제적으로 호소됐다. 한국에서는 이날 대행진을 벌이는 방식으로 국제 연대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집회는 2월 17일 행동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회자와 연사들, 행진 향도 등이 거듭해서 “2·17 국제 행동의 날 대행진”에 대한 지지와 참가를 호소했다.(설날 연휴인 2월 10일에는 부득이하게 집회가 열리지 않는다.)
참가자들도 행진을 마친 후 국적을 가로질러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며, 2주 후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모이자는 결의를 나눴다.
2월 17일 대행진은 장소를 옮겨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정문 앞 인도(광화문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1월 13일 국제 연대 행동의 날은 전 세계 45개국 121개 도시에서 열렸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가장 책임이 큰 두 나라 미국과 영국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서 더욱 고무적이었다. 한국에서도 10월 11일 첫 집회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도심 행진을 벌였다.
이 국제 행동 얼마 후인 1월 26일에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힌 국제사법재판소 임시 결정이 내려졌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집회 사회자의 호소처럼 “연대의 목소리와 행동이 더 크고 더 강하게 퍼질 때 이 야만적인 학살자들과 공범들을 멈춰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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