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
팔레스타인 연대! 미국의 예멘 폭격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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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연대 행동 중 가장 큰 규모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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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가자를 죽이지 마라!”
1월 13일(토) 오후 2시 서울 도심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지 3개월 만에 처음 열린 국제 공동 행동의 일환이었다.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45개국 121개 도시에서 시위와 행진이 열렸다.
서울 집회에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 700여 명이 참가했다. 10월 집회 시작 이후 최대 규모였다. 미들이스트아이가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의 13일 집회 참가 호소 영상을 공유한 것도 한국 집회를 알리는 데에 좋은 효과를 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들, 아랍인들과 여러 국적의 이주민·유학생들, 국내 단체 39곳이 함께한다.
참가자 중에는 국적이 다양한 청년·학생들이 많았다. 매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랍계 이주민 가족도 여럿 있었다.
또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대학노조, 전교조 등에 속한 여러 노동조합 활동가들도 참가했다. 기간제교사노조의 경우, 노조 일정을 마친 후 자체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참가했다.
집회 전에는 페이스페인팅, 스티커·엽서 나눔 등 사전 행사가 열렸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이 집회를 위해 손수 쿠키를 만들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정신과 국제적 연대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표정과 발언에서 결의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한편, 이번 집회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 본토를 폭격하는 와중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열렸다. 그런 만큼, 참가자들은 폭격을 자행한 미국과 영국을 규탄하고 이를 지지한 한국 정부도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폭력은 저항을 꺾을 수 없다”
첫 발언자인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모든 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제 감사 인사는 ⋯ 45개국 100개 넘는 도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 위해 나선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이기도 합니다.”
나리만 씨는 “테러를 막는다”며 예멘 폭격을 정당화하는 서방도 규탄했다. “저들이야말로 테러를 벌이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내 온 예멘인들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폭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테러입니다.”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청년 살레흐 씨는 “100일이 지났음에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인내하고 버티면서 저항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살던 땅에서 쫓겨날 바에야 버티고 저항하다 죽고 말겠다는 그런 의지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폭력으로도 절대 꺾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눔문화 윤지영 연구원은 레바논에서 ‘자이투나 나눔문화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난민 자이납 씨가 한국인들에게 보내 온 편지를 낭독했다.
“제가 사는 아인 알하웨 팔레스타인 난민촌도 더 위험한 상황이 됐습니다.
“가자지구 폭격으로 슬퍼하는 아이들과 그림 그리기 수업을 했습니다 ⋯ 아이들은 그림 옆에 ‘마지막에는 팔레스타인이 승리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무릎 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빼앗긴 고향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전태일 문학상과 아름다운 작가상 수상자이자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대화》의 공저자 김남일 작가도 마이크를 잡았다. 김남일 작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문학을 통해 기억되고 이어져 온 그들의 꿈과 열망에 관해 말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있던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기억만큼은 어떻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채 난민이 되어버린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기억이야말로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의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 기억은 곧 그들의 꿈입니다.”
노동자연대 김인식 운영위원은 네타냐후가 “저항을 섬멸하지 못해 확전을 원하지만, 그 때문에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전쟁 방향을 놓고 분열”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예멘과의 전쟁에 나선 서방의 위선을 꼬집었다.
“미국은 후티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제법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어긴 이스라엘은 왜 지지하는 겁니까?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인종학살로 제소하는 것을 미국은 왜 지지하지 않는 것입니까?”
김인식 운영위원은 예멘 폭격을 지지한 윤석열 정부도 규탄했다. 그리고 그 폭격에 침묵하고 이스라엘의 만행도 규탄하지 않는 민주당도 비판했다.
한국외대 아랍어과 살라흐엘딘 교수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저항의 의의를 짚어 참가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가자지구는 정말로 작은 땅이지만, 그곳이야말로 해방된 사람들이 사는 유일한 곳입니다. 해방 의지를 표현하는 저항이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랍 정부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저버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가 전 세계 사람들의 대의가 됐습니다.
“지금 가자지구는 전 세계 사람들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그 주변 아랍 국가들의 아랍인들에게 저항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그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행진
집회 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과 다양한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북을 준비해 와 쉬지 않고 연주한 아랍인 참가자들은 행진에 활력을 더했다.
행진 대열은 거리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민들은 사진과 영상을 찍고 박수를 쳤다. 지나가던 중에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구호를 따라 외치는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 차창 밖으로 환호를 보낸 청소년, 주먹을 흔들며 지지를 보내는 사람, 행진 대열이 오기 전부터 촬영을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호응이 있었다. 인파가 붐비는 명동 골목에서 시위대는 더 큰 이목을 끌었다.
행진을 마무리하며 한 예멘인이 발언했다.
“예멘인들은 홍해를 지나는 아무 상선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배들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예멘인들이 아무 배나 공격한다는 것은 서방과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이고 거짓말임을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 약탈과 점령을 기반으로 세워진 이 시온주의 국가에 대한 일체의 지원과 지지를 끊어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Stop Bombing Yemen(예멘 폭격 중단하라)” 하고 외치며 그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냈다.
집회가 끝나고 한 타지키스탄계 러시아인인 유학생은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집회를 열어 줘서 “감사하다” 하고 소감을 말했다. 이 학생은 10월 초부터 집회에 매주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행동이 계속 이어져야 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할 거예요.”
오늘 집회에 처음 나온 한 대학생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함께 구호를 외치니 마음이 벅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식민 지배 역사와 닮아 있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죽는다는 것이 답답합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참가하고 싶습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는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2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릴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연대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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